종교 인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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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양의 집권자들은 취임식에서반드시 『국민여러분과 신앞에서 엄숙히 선언합니다』란 선서를 한다.
법정에서 증언하는 사람들도 누구나 성서에 손을 얹고 거짓이없음을 선서한다.
미국은 엄연히 기독교국가가 아니지만 국민의신앙과 신용의 근거는 바로 여호와 하느님, 기독교의 유일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가령 국장이나 국민장의 절차를보아도 불교의 스님과 기독교의목사와 가톨릭의 사제가 차례로 등장한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하고 애국가를 불러도 그 하느님은 특정 종교의 하느님이 아니다.
분명히 우리는 다종교사회에 살뿐아니라 특별히 지배적인 종교가 없는 종교다원주의체제가 두드러진 사회가 되었다.
엊그제 발표된 경제기획원의 「85인구및 주택센서스」만 봐도 그걸 확인할수 있다. 종교인구는 전인구의 42.6%인 1천7백20만명이넘었고 그중 불교가 46.8%, 기독교가 37.7%, 카톨릭이 10.8%, 유교가 2.8%였다.
우리사회 종교인구의 현황을 확실히 보여주는 점에서 인상적인 통계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정이 메마르고 개인주의가 팽배한다는 산업사회화과정에서 종교인구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교의 필요성이 더욱 인식되고 있다는 뜻도 된다.
83년의 한국갤럽조사는 「개인생활에서 종교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주중요하다」가 24%, 「약간 중요하다」가 43%로 긍정적인 대답이67%였다. 그때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은 24%였다.
종교의 필요를 느끼는 사람은많아도 실제 종교인은 적게 나타나고 있다.
종교학자「루크만」은 조직종교에대한 염증때문에 숨은 종교인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교리와 조직에 대한 회의와 반감때문에 외형적 종교는 떠나더라도 「인간의 근원적 염원」만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종교인구 42.6%의 한국인은 좋은 사회를 만들수 있는 종교적 열정을 가진 종교국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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