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우병우 사건은 권력형 비리" .. 가족과 부하 직원은 형사처벌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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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ㆍ국회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지난 2월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때에 이어 약 50일 만에 받는 두 번째 영장 심사다.

이날 오전 10시5분쯤 법원에 나온 우 전 수석은 "피의자 신분으로 두 번째 영장심사를 받게 된 심경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심문 받으러 들어갈게요”라면서 답을 피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느냐"고 묻자 “법정에서 밝히겠습니다”라고만 말한 채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영장 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권순호(47)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321호 법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영장 심사를 받았던 곳이다.

심사가 시작되자 검찰은 우 전 민정수석 사건을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고 지칭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부각했다.

검찰은 최순실씨의 이권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고 한 혐의(직권남용)와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수사 당시 수사팀에 압력을 가했음에도 국회 청문회에서 이를 부인한 혐의(위증) 등 최근 수사를 통해 새로 확보한 범죄사실을 중심으로 구속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 민정수석의 직위에 있으면서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감찰을 소홀히 하고, 오히려 최씨의 각종 사익 추구 행태에 눈을 감는 등 직무유기 혐의도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 전 수석 측은 정해진 법과 관련 규정에 반하는 것 없이 정상적으로 사정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전 수석은 직접 주어진 권한 내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합법적 통치 행위를 보좌한 것일 뿐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권력을 남용한 바 없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2월 1차 영장심사 때는 법원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우 전 수석의 주장을 받아들여 특검팀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번 주말께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면서, 우 전 수석도 함께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논란이 된 부인 이모씨와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등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ㆍ직무유기 혐의에 관련돼 있는 민정수석실 소속 검사, 수사관(경찰 포함) 등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부하나 가족에 대해서 선처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팀은 곧 국정 농단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SK, 롯데 그룹에 대한 처리 방향도 결정할 계획이다. 최근 소환조사를 받은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등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 있다.

현일훈ㆍ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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