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아내 미용시술? 잠깐 누워보라해서 누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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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수석이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종범 전 수석이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영재 원장 부부로부터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거짓말을 한 적은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뇌물 수수 혐의 첫 재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안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개인 뇌물죄로 법정에 서 있다는 자체만으로 너무 부끄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김씨 부부에게 스카프나 가방, 성형시술 등을 받은 건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용 시술의 경우 ‘잠깐 누워보라’고 해서 누웠던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재판정에서 “특검의 강압 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나는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압박을 받았고 가족에 대한 압박도 있었다”며 “법정에서 조사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말하겠다”고 했다. 특검 측은 “수사 과정에 일체의 강압이나 압력이 없었고 변호인이 모두 입회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첫 조사부터 저는 그동안 제출했던 수첩이나 기억을 토대로 최대한 협조해 왔지만 특검은 원하는 방향의 협조를 요구했고, 기억이 안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압박이 가해졌다”며 “가족에도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좌관이 보관하고 있던 39권 업무수첩의 제출과정에서도 제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증거 제출에) 동의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에 대해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은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선 명백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도 모두 부인했었는데, 이번 재판에선 검사가 놀랄 정도로 (사실관계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며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면 변호인은 이를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부인과 검사가 면담한 내용 등이 녹음ㆍ녹취돼 있고 특검 조사를 받은 것도 진술조서에 동의가 돼 돼 있다. 특검에 딸이 함께 나와서 식사도 하게 했다”며 ‘강압 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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