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정무렵 도지사 사퇴...수백억 예산 낭비 막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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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 사진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 사진 오종택 기자

전날인 9일 밤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이러한 사퇴 배경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보궐선거에 드는 예산 낭비를 막고, 다음 해 6월까지 중요 정책은 모두 결정해 뒀다는 설명이다.

홍 후보는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자정 무렵에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했다"라며 "반대 측의 반발이 있지만, 임기 1년 남짓한 도지사 보선을 피하기 위해 지난 10여일 대선 선거운동을 못 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홍 후보는 "피나는 노력 끝에 흑자도정을 이루었는데 보궐선거 실시로 안 써도 되는 도민의 세금 수백억이 낭비되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라며 "미리 내년 6월까지 중요정책은 결정해 두었기 때문에 행정부지사가 대행하여도 도정에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 후보는 "지난 4년 4개월 동안 성공적인 도정을 이끌어주신 도민 여러분, 경남도 공무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이제 저는 국가경영의 꿈을 향해 간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 후보의 사퇴 의사 표명은 9일 밤 11시 57분 이루어졌다. 자정 3분여를 남기고 밝힌 홍 후보의 사퇴 의사는 날이 바뀌고 나서야 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됐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35조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는 관할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사유를 통지받은 날을 선거 발생 사유가 확정된 때로 규정한다'고 돼 있다.

홍 후보가 사퇴 의사를 밝힌 9일 밤 11시 57분은 사퇴시한에 부합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날이 바뀌고 10일 선관위에 통보돼 보궐선거는 결국 무산됐다. 대선 30일 전이 아니라 대선 29일 전에 보궐 선거 실시 사유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측을 포함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홍 후보는 이날 오전 퇴임식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홍 후보는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35대ㆍ제36대 홍준표 도지사 퇴임식'에서 "지난 4년 4개월간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는 말을 하는 도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고, 이어서 "아버지 어머니 산소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도지사직을 수행해 더 좋았다)…."라며 또 한 차례 울먹였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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