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바다, 몰디브인은 왜 수영을 못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양자의 천국 몰디브. 그러나 주민들은 막상 수영을 할 줄 모른다. [사진 몰디브관광청]

휴양자의 천국 몰디브. 그러나 주민들은 막상 수영을 할 줄 모른다. [사진 몰디브관광청]

코발트빛 바다, 휴양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몰디브 섬. 그러나 이 섬의 원주민들은 막상 수영을 할 줄 모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발과 도시화로 바닷가에서 내몰려 #고1의 단 10%만 수영할 줄 알아 #주민들의 수영할 수 있는 해안도 없어

3변호사 하산 시얌(33)은 "수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몰디브 사람이라고 하면 남들은 바닷가에 집이 있는 줄 알죠. 하지만 그런 경우는 없어요"라고 WSJ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1190여개 산호섬 군락에서 살던 사람들은 수십년간 물고기를 잡거나 조개를 캐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리조트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럭셔리 여행 붐으로 지역 주민들의 수입은 늘었고, 섬사람들은 교육과 기회를 찾아 수도 말레로 떠나기 시작했다.

5.8제곱킬로미터도 채 안되는 말레에는 몰디브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5만명이 몰려 산다. 대부분의 몰디브인들은 바다가 보이지도 않는 환경에서 사는 셈이다. 부모 세대는 어릴적 바닷가에서 놀았지만, 갱과 마약의 증가로 자기 자녀들은 그렇게 키우지 못하고 있다.

몰디브 수상인명구조협회의 약 5년 전 조사에 따르면 10학년(고1)의 겨우 10%만 수영을 할 줄 알았다. 적십자사의 2014년 조사 결과 미국의 10대 49%가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결과와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비교적 덜 개발된 해안가에 사는 주민들은 사정이 좀 나을까. 사실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해안이 침식되고, 소금물이 지하수에 스며들면서다. 몰디브 정부는 큰 섬에 값싼 집을 짓고 작은 섬에 사는 사람들을 이주시키려 하고 있다. 가령 인구가 100여 명 뿐인 곳에 학교나 법원, 병원 등을 유지하는 건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거주하는 187개 섬의 3분의 1은 무인도로 바꾸는 게 정부의 목표다.

또한 개발로 인해 과거보다 수영할 만한 해안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 유명한 해안에는 모두 리조트가 들어섰다. 그나마 지역민들이 갈 수 있는 해안에는 도시 개발을 위한 방파제, 출몰하는 해파리떼 등으로 수영하기 적절치 못한 경우가 많다.

더불어 무슬림 국가의 보수화도 한몫 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전신을 가리는 부르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하고, 부모들은 딸이 공공장소에서 수영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2020년 토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훈련중인 몰디브 수영선수 아이샤트 소산(여·28)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코치가 늘면 더 많은 여성들이 수영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