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개인 독립성 힘싣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청법에서 사라지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검사 간의 엄격한 피라미드식 상명하복을 규정한 것이고, 건국 이래 검찰 조직 운용의 근간이 돼 왔다.

이 원칙이 규정된 현행 검찰청법 제7조는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하여 상사 명령에 복종한다▶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과 지청장은 소속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 등 3개항으로 돼 있다. 이번 법무부 정책위원회의 결정으로 3개항 중 핵심인 '상사 명령에 복종한다'는 규정이 사라지게 됐다.

또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한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항변권 조항을 신설, 상관의 전횡에 대한 견제장치를 뒀다.

검사동일체의 원칙 규정은 검찰 내부의 민주화를 저해하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각종 정치사건에선 검찰 간부의 부당한 압력의 근거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근본 취지는 전국 어느 검찰청에서도 균형적.통일적 사건 처리가 이뤄지도록 지휘.통제하자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검찰 외부의 개폐 논의에 맞서왔다. 때문에 이번 결정은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명령에 대한 복종'이라는 부정적 문구를 없애고 상사의 전횡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검사 개개인의 독립성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결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지검의 한 평검사도 "이의 제기권 신설로 검사들이 독립적 수사를 위한 심리적인 지원군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검찰 조직의 경직된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조치는 되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지검 한 부장 검사는 "검찰 간부가 이 조항을 들이대며 일선 검사의 수사에 개입한 건 아니었다"며 "조항 하나를 바꿨다고 검찰 조직의 관행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