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공모해 금품 받았으면 뇌물죄, 대법 판례에 답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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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호 06면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입증 어떻게

‘탄핵 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 그러나 이에 의해 민사상이나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한다’.

검찰, 朴 구속 후 세 번째 대면조사 #뇌물공범 판례 참고해 증거 보강 #삼성 지원 이례성 입증도 관건

헌법 제65조 4항에 규정된 탄핵 결정의 효과에 대한 설명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하면 대통령은 파면이라는 행정적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행정적 처벌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탄핵을 야기한 법률위배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은 따로 져야 한다는 의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같은 헌법 조항에 근거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팀은 8일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31일 구속된 이후 세 번째다. 검찰 관계자는 “당분간 격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개별 혐의마다 세부적으로 확인해야 할 내용들을 자세히 물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의 초점은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맞춰져 있다. 핵심 혐의지만 논리가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들어간 돈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보는 특검의 논리에 대해 법률가들 사이에선 이견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뇌물을 직접 받은 사람(최씨), 뇌물을 받게 한 사람(박 전 대통령), 뇌물을 준 사람(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두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만큼 직접 증거 또한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먼저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 측이 “특검의 공소 사실은 추측과 비약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그렇다면 검찰은 어떻게 이를 입증할까. 특검이 이 부회장 공판기일에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례에 일정 부분 해답이 담겨 있다. 특검은 지난 7일 열린 1차 공판기일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범행을 공범 관계로 설명하면서 뇌물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이 확정된 한국수력원자력 전직 간부 송모(52)씨 판례를 제시했다. 송씨는 2013년 현대중공업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 납품할 부품업체로 선정되는 것을 도와주는 대가로 17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금품을 직접 받지는 않았고 박모(55)씨가 대표로 있던 협력업체와 현대중공업이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뒤 박씨에게 소개비를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돈을 직접 받은 것은 박씨이고 송씨는 박씨에게 돈을 받았는데 이를 현대중공업이 송씨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송씨는 “용역 계약과 현대중공업의 부품업체 선정은 별개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송씨와 민간인인 박씨가 공모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송씨가 용역 계약 체결 전 과정을 주도한 점 ▶현대중공업 측이 이례적으로 견적금액을 올리라고 요구한 점 ▶부적격 업체임을 알면서도 용역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이 근거였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뇌물수수의 공범자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암묵적 공모 관계가 성립하고 공모 내용에 따라 금품을 받았다면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원받는 데 얼마나 관여했는지, 삼성 측의 지원 행위가 얼마나 이례적인 것인지에 대한 입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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