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정치에 초연 해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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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열린 민주당임시전당대회에서 전격적으로 입당이 발표된 정승화전육군참모총장은 대회가 끝난후 김영삼총재의 손을 잡고 당사까지 가두행진을 한뒤 총재실에서 김총재와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정전총장은 다소 흥분한 탓인지 눈이 충혈되기도 했으나 질문에는 침착하고 명확하게 응했고, 답변이 끝날때마다 『이상입니다』하는등 군인으로서의 절도있는 태도가 무의식중에 드러나기도 했다.
기자들이 정전총장에게 질문하려고 하자 김총재가 나서 간단히 그의 입당 경위를 밝혔다.
김총재는『순수 군인으로서 다시는 이땅에 12·12같은 사태가 없어야 하고 국민의, 여망인 군정을 종식시켜야겠다는 비장한 결심으로 정장군이 입당하게 된것』이라며 『이로써 공무·원·군인등 모든 국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대세가 우리쪽으로 오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총장이 질문에 응했는데 가끔 김총재가 나서 보충설명을 하기도했다.
-현재 소감은.
『그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한 끝에 국민 여망인 군정종식을 실현시킬 수 있는 분은 김총재라고 판단했고 따라서 이분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돼야겠다는 생각에서 입당하게된 것이다』 정전총장에게 입당경위를 묻자 김총재가 나서 『그동안 내가 아는 군관계 인사들을 통해 접촉을 해오다 지난 7일 저녁 아들집인 상도동 대림아파트에서 정장군과 직접만나 상의했다. 처음에는 정장군이 사양하다가 군정종식을 가장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정장군의 입당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설명했다.
-12·12사태를 지금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것은 젊은 내 부하들이 순간적으로 과오를 저지른 것으로 언젠가는 반성할 것으로 본다. 군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국가의 보루다. 일부가 저지른 과오는 그들 스스로에 의해 시정될 것이다. 또 대다수 군인들도 그것을 위해 힘을 쓸 것이다』 -12·12사태에 대한 책임 한계는 어떻게 보는가.
『그 얘기는 하고싶지 않고 다만「12·12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할것으로 본다. 물론 나름대로의 충절의 표시였겠지만 그 방향이 잘못됐다면 깊이 반성하고 다른 길로 가야한다』 12·12사태와 관련한 질문이 계속되자 정전총장이 답변할 틈도 안주고 김총재가 나서 『현대통령은 이번에 그만 두는 것 아니냐…』고 거들면서『12·12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태우씨 혼자 져야한다』고 말했다. 정전총장도 『유도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군에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군대조직은 특수성이 있는 것이다. 즉 부하는 상관에게 복종하고 상관은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은 그야말로 국가의 최후보루며 정도를 가야한다. 정권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바뀌어야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나라가 흔들릴수도 있는데 이때 군은 초연해야한다. 지금 군인들은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특히 유세에 나설 것인가.
『나는 지금까지 군에 쭉 있었고 아는 것이라고는 군대일 뿐이다. 정치적 욕심이나 어떤 뜻이 있어서 입당한 것은 아니다. 유세문제는 앞으로 총재와 상의해 보겠다』 -김총재를 전에 만나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가.(김총재가 『나는 기억이 없는데 정총장이 60년대초에 당시 민기식 2군사령관과 함께 기차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하자) 『본인이 2군작전참모일때 민사령관과 대구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거기서 사령관과 젊은 의원이었던 김총재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
당시 5·16의 부당성을 논박하는 김총재를 보고 젊은 의원이 지조가 있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난7일 김총재 아들집에서 만난게 처음이다』 정전총장은 계속되는 질문에 『오늘은 이만하자』며 사양한 후 『앞으로 실수를 해도 용서해주기 바란다』고 말해「정치인」으로서의 일면도 보여주었다.
정전총장은 『그동안 어떻게 소일했느냐』는 질문에 『집에서 놀았지 뭐 했겠습니까』라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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