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태극기를 달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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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광복절 아침 태극기를 답니다. 일제 36년을 경험하지도 않았고 전쟁의 아픔을 겪지 않은 젊은 전후세대지만 태극기를 다는 광복절 아침 제 가슴이 뜁니다. 저 태극기를 다시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붉은 피를 흘렸고 또한 죽어갔습니다. 그래서 태극기 앞에 우리는 영원히 경건해야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에서 모국어를 가르치던 시절, 숙직을 마친 새벽 학교 운동장에서 태극기를 달면서 눈물을 짓던 이십 대가 저에게 있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백두산 중학교로 전근을 가서 아침마다 태극기를 달고 싶다고 노래하던 뜨거운 시절이었습니다.

'황토령 참두령 덕은봉 지나/마등령 보다산 허항령을 넘어/요동 혜산진 무산 회령을 건너/그리운 그 산 아래 그 강물이여' 그 시절 그 곳에도 태극기를 달면서 끊어진 남쪽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시인이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오늘도 그러합니다. 먼 북쪽 저처럼 태극기를 달고 있을 시인이 있을 것입니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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