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고위급 임원은 4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씨티·JP모건·BOA메릴린치·웰스파고 등 세계에서 규모가 큰 상위 50개 은행·보험회사·자산운용사 등에서 제공받은 2016년 인사 데이터를 집계해 5일 보도했다.
여성 임직원은 전체 임직원의 51%로 나타났으며, 주니어급에서는 58%로 여성 비중이 더 높았다. 임원급 고위직의 25.5%를 여성이 차지했는데, 2014년의 여성 비율 23.7%에서 변화가 크지 않았다. 중간급에서는 여성이 39%로 나타나, 2년 전과 같은 수준이었다.
대륙별 통계는 25개 은행들만 공개했는데, 아시아 지역에서는 고위직 여성 임원이 6.9%에 불과해 지역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세계 톱 50위권 금융회사 직원 성비 분석
신문은 수년간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출산 및 육아휴직, 보육지원, 네트워킹, 유연근무제 등 양성평등 정책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위직 여성 증가 속도가 더딘 데 대해 금융업계 여성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리천정이 여전한 이유로는 여성에 대한 그릇된 편견, 금융업에 대한 낮은 선호도 등 사회·문화적 요인을 주로 꼽았다. 승진 기회 자체에 있어서 차별이 존재하고, 트레이딩·영업 등 금융 핵심 업무를 희망하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업무 강도가 가정과 양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대내외적 편견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크레디 스위스의 노린 도일 부의장은 "무능한 여성이 무능한 남성과 똑같은 기회를 얻게 될 때 여성이 남성과 평등하게 대우받는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에서 테크놀로지 자본시장팀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틴 디클라크 팀장은 "금융업계 여성들은 고위직으로 올라가면서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