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한 치의 양보 없는 팽팽한 기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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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4강전 1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7보(71~83)=대국장은 고요하다. 이따금 바둑돌 놓이는 달그락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반상은 처절한 전쟁터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세 싸움으로 두 대국자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반면의 공간이 좁아지고 돌이 부딪힐수록 기세의 충돌은 점점 첨예해진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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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71로 숨통이 갑갑해진 백이 활로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목숨을 겨우 부지하는 정도로는 이세돌 9단의 성에 차지 않는다. 72, 73을 교환하고 74로 밀어간다. 이왕 사는 거면 최대한 상대 영토를 납작하게 눌러 나의 실리를 쏠쏠하게 챙겨보겠다는 전략.

참고도

참고도

시퍼렇게 기가 살아있는 커제 9단이 순하게 따라줄 리 없다. 즉각 흑75로 댕강 끊어 반발한다. 이 9단은 돌을 수습하기 전에 백76으로 젖혔는데, 이때 흑은 77로 따내는 수밖에 없다. 괜히 '참고도'처럼 흑1로 넘어가려 했다가는 백2부터 12까지 진행으로 우변 흑 네 점이 잡히는 봉변을 당한다.

이 9단은 백78, 80, 82로 화려하게 적진을 더듬으며 돌의 탄력을 구한다. 이 9단의 전매특허인 '판 어지럽히기'다. 우상귀와 우하귀의 백마 둘을 연결하는 동시에 중앙으로 진출을 꾀하는 손놀림. 하지만 커제 9단은 좀처럼 이 9단의 기세에 휘둘리지 않는다. 주저하지 않고 83으로 끊어가는데….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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