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저호황 끝나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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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은항은 7일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87년의 12·3%에 비해 크게 떨어진 5·4%에 지나지 않았으며 GNP 디플레이터는 거꾸로 87년의 2·9%에서 7· 8%로 상승했다는 88년도 GNP잠정추계를 발표했다. 단 1년만에 경제가 뚜렷한 스태그플레이션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것이다.
87년말 달러당 7백81원20전을 기록했던 원화의 환율은 지난해에도 절상이 계속되었지만 절상폭은 크게 둔화되어 요즈음은 달러당 7백30원선에 거의 접근해 있다. 앞으로의 원화 환율도 불안감을 씻기 어렵다.
달러당 1백30엔선은 이미 지난해에 깨졌고 이번 G12회담도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한 환율안정·무역수지균형· 보호무역주의 철폐 등에 합의했지만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나 서독· 일본등의 금리인하등 당장 절박한 각국의 실질적인 협조는 여전히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뉴욕 증권시장의 다우존즈지수는 지난1년간 속낙을 거듭, 1년전에 비해 1천포인트이상이 빠져 큰 혼란을 빚고 있고 국내에서도 인플레하의 주가하락으로 많은 사람들의 돈이 허공에 떴다.
88년에 들어선 새 정부는 중산층들의 재산손실과 늘어나는 실업문제를 정권유지적 차원에서 이미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은 물론 사실이 아니다. 경제기획원·KDI(한국개발연구원) 등의 비관적 경제전망을 기초로한 가설일 뿐이다.
그러나 얼마든지 현실로 닥칠수 있는 시나리오다.
국내적으로는 최근의 달러당7백원대 진입으로 시작된 원고, 노사분규로 인한 고임금, 국제수지혹자로 인한 통화팽창, 민주화를 위한 선거를 치르면서 시작된 복지성팽창재정등의 상황이 두루두루 그 같은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세계경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달러의 계속되는 폭락, 세계 증시의 불안, 선진국 정치지도자들의 비협조, 가속화되는 보호무역주의, 금리인상이나 재정긴축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판단 등이다 세계경제침체라는 외곬으로만 치닫고 있다.
달러당 8백1원하던 것이 7백99원이 됐다하여 우리경제가 하루아침에 엄청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달러당 7백원대의 진입은 바로 위와 같은 세계·국내경제의 상황이 복합되어 일어난 것으로서 새 대통령을 뽑기위한 선거보다 위와 같은 시나리오에서 가급적 멀어지기 위한 경제적 노럭이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더욱 절실함을 일깨워주는 하나의 「추세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국내·국외적으로 위와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간 경제력의 불균형, 실물과 금융의 불균형, 경제논리와 정치적 이익의 불균형등 모든면에서의 심각한 불균형이 이루어놓는 상황인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생산을 앞지른 소비의 증가,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에서 비롯된 미국의 재정·무역쌍동이 적자가 과거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외자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선진국간의 극심한 경제력 불균형을 가져왔고 이것이 미 의회등 정치지도자들에 의해 한국·대만·일본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호무역 압력으로 잘못된 해결점을 찾고 있다.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채 가속적인 금융기법 발전을 등에 업은 금융자본들은 자기들끼리의 머니 게임을 통해 점점 실물경제와 괴리된「공허한 가격」 을 형성해 놓고 있었으므로 최근에 보는바와 같이 중동정세의 변화 등 조그마한 자극에도 와르르 무너져 실물과의 거리를 좁히는 쪽으로 하향추세를 그리고 있다.
미국·일본등이 정권교체기에 있어 정치지도자들이 국내에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도 세계경제를 혼미로 몰고가는 요인이 되고있다.
국내상황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깝게는 선거를 앞두고 각계각층, 각지역의 「욕구」를 적절히 선별수용할 능력을잃은채 재정·통화·물가등에서 엄청난 경제적부담을 얹어주고만있는 정치판의 논리가 그렇다.
또 우리경제의 지역간 무역수지 불균형은 한쪽으로 엔고에 시달리면서 또 한쪽으로는 원고를 감당해야만 하는 딜레머에 우리를 몰아넣고 있다.
선진국들과는 반대로 실물똑에 비해 크게 뒤처져있는 우리의 금융·자본시장은 그간 흑자기조전환등 실물폭의 밝은 전망과 자본시장 육성·금융산업발전등의 호재에 힘입어 보기드문 주가상승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미처 실물과의 균형을 찾기도 전에 세계경제질서의 불안이 국내증시에도 파급돼 주가 연속하락등 혼조를 면치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환율의 7백원대 진입에 따른 6일의 주가폭락이 바로 그같은 상항을 예고하고있다.
정치보다 경제가 훨씬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임을 모두 다 알아야만 할 때인 것이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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