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중대형 아파트는 호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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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현관에서 보안카드를 대고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기다린다. 보안카드를 통해 거주 층이 입력됐기 때문에 층을 누르지 않아도 엘리베이터가 자신의 집앞에 선다. 집을 나갈 때도 집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에서 차 시동을 켜고 출발하면 차 앞쪽에 자동으로 조명이 들어와 길을 안내하고 차가 지나가면 조명이 꺼진다.

미리 예상해 본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모습이다. 판교 중대형은 여느 아파트 못지않은 고급.첨단 단지로 지어질 전망이다. 대한주택공사가 다음달 말~4월 초 예정인 12개 단지의 턴키(설계.시공 일괄도급) 입찰에 앞서 업체에 요구한 설계기준이 깐깐하기 때문이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첫 적용과 공영개발 등에 따른 품질 저하 우려를 없애기 위해 품질 수준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건설업체들도 비용 부담 등으로 중대형에 잘 사용하지 않는 설비.마감재가 제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공의 설계 기준에 따르면 판교 중대형에는 진공청소기가 필요 없다. 각 방에 진공청소 설비가 갖춰져 있어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모든 방에 에어컨을 달 것에 대비해 방마다 에어컨 냉매배관을 갖춘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짓는 아파트에도 일부 평형이나 방에만 이들 시설을 들인다.

민간아파트에서 보기 어려운 세대 내 무선랜이 설치돼 집에서 인터넷을 하기 위해 랜선을 들고 왔다갔다하지 않아도 된다. 마감재는 대부분 대리석이나 천연무늬목이다. 민간업체들도 온돌마루를 주로 쓰는 주방 바닥에 천연대리석이 깔리고 욕실 한 개 면도 천연대리석으로 장식된다. 천연대리석은 흔히 쓰이는 타일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침실문.신발장.드레스룸 등은 비닐래핑 가격의 1.5배인 천연무늬목으로 꾸며진다.

판교 중대형은 판상형.타워형을 혼합하고 3~4.5베이(방.거실 전면 배치 구조)로 최고 35층까지 지어진다. 특등급 수준의 정보통신시스템을 갖춘다.

한편 판교 중대형 입찰에 대형 건설업체들의 참여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주공이 제시한 설비.마감재 수준으로 지으면 평당(연면적 기준) 최고 325만선의 공사비로는 수지를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부가가치세 등을 제외하면 평당 280만원대에 공사해야 하는데 주공이 요구한 기준을 맞추려면 원가만 300만원 이상 들어간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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