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뜬 '왼발 프리킥 마술사'... 서울에 한 방 먹인 김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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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김진수.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 김진수.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2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4라운드 경기. 지난해 우승팀 FC서울과 준우승팀 전북 현대가 지루한 공방전을 펼치던 분위기를 깬 건 전반 40분 터진 프리킥 한 방이었다. 전북의 왼쪽 풀백 김진수(25)가 골대 정면에서 왼발로 낮게 찬 프리킥은 절묘하게 감겨 서울 수비 벽 오른쪽을 뚫었다. 그리곤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전북은 지난해 자신을 뒤집고 역전 우승을 한 서울을 1-0으로 누르면서 복수하는데 성공했다. 전북은 지난해 시즌 내내 K리그 클래식 선두를 유지하다가 심판 매수 파문으로 승점 9점이 삭감된 뒤, 홈에서 열린 최종전에서 서울에 0-1로 패하면서 우승을 내줬다. 개막 4경기 무패(3승1무)를 이은 전북은 제주와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제주 7골, 전북 5골)에서 밀려 2위에 올랐다.

독일 호펜하임에서 뛰다 올 시즌 K리그 무대에 처음 뛰어든 김진수는 날카로운 프리킥을 앞세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당초 최강희 전북 감독은 "(김진수가) 동계훈련 때 프리킥 훈련을 했지만 세번째 옵션이었다"고 말했다. 전북엔 지난 시즌까지 레오나르도, 에닝요 등 외국 선수들이 전담 키커를 맡아왔고, 올 시즌에는 이재성, 김보경 등이 프리킥을 찰 우선 옵션으로 거론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지난달 5일 전남 드래곤즈와 개막전에서 터뜨린 K리그 데뷔골과 지난달 11일 수원 삼성과 2라운드 경기에서 이재성의 헤딩골을 도운 것 모두 김진수의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자신감이 붙은 김진수는 서울전에서도 프리킥 기회를 잡자마자 절묘하게 왼발로 차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프리킥으로만 2골·1도움을 올렸다.

김진수는 "그때그때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차기로 했는데, 지금 공격포인트가 나오니까 형들이 배려해주신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알고 보면 김진수는 17세 이하, 20세 이하, 23세 이하(아시안게임) 대표팀 등에서 꾸준하게 전담 프리키커로 활약해왔다. A대표팀에서도 절친한 동료인 손흥민(25·토트넘)과 틈날 때마다 프리킥, 코너킥을 차며 킥을 가다듬었다. 틈틈이 준비해온 김진수의 프리킥은 올시즌 클래식 우승에 도전하는 전북의 무서운 무기로 떠올랐다.

서울은 박주영, 데얀, 윤일록 등 공격 자원들을 모두 투입하면서 반격했다. 그러나 끝내 전북의 골문을 뚫는데 실패하면서 클래식 첫 패배(2승1무1패)를 당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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