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재취업] 취미 살리니 직업이 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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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10여년간 공무원 생활을 한 강점희(42·여)씨는 경기도 일산에서 요가 선생으로 일하고 있다. 요가로 건강을 추스리다가 요가 강사로 나섰다. 그는 약골이었다. 공무원을 생활중 결핵에 걸리고 여러 잔병 치레를 했다. 몸이 갈수록 쇠약해지자 1988년 공무원생활을 접고 피아노학원을 차렸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99년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인천의 한 문화센터에서 1주일에 두 번씩 요가를 익혔다. 원기를 회복하자 고질이던 생리통이 사라지고 구부정했던 자세도 교정됐다. 여러 단계의 요가법을 배우자 파트타임으로 요가강사로 나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피아노 학원 사업을 그만두고 2002년 국제요가협회가 주는 자격증을 땄다. 사단법인 국제요가협회의 고양지부장을 맡으면서 경기도 일산 지역의 스포츠 센터와 초등학교 등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그의 1년 수입은 2000만원 수준. 강씨는 "나처럼 약하고 운동을 못하던 사람이 요가강사를 하자 배우는 사람들도 용기를 내는 것 같다"며 "처음 강사로 나설 때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 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취미나 운동 등 평소의 관심분야 쪽으로 진로를 바꾸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채용포털 커리어 이마케팅사업본부의 김준태 채용대행팀장은 "자신의 적성과 취미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이를 직업으로 삼으면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며 "고용의 안정성, 미래의 발전 가능성 등 직업의 현실적인 면을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곧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 박유천 플라워숍에서 일하는 조대호(38)씨도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잘 나가던 직업을 바꿨다. 그는 한때 억대 연봉을 받던 수입차 세일즈맨이었다. BMW 코리아에서 최고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던 그는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미술을 전공한 데다 평소 식물 기르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2003년 6월 직장을 그만두고 꽃집 점원을 하며 꽃다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수입은 크게 줄었지만 '실력을 쌓아 내 꽃집을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조씨는 "남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예쁘게 꾸민 꽃다발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14년간 일하다 지난해부터 영어 강사로 변신한 김동수(42)씨도 비슷한 케이스다. 고교 시절부터 '한국 사람은 왜 영어를 배우기 힘들까'라는 고민을 했던 그는 틈만 나면 영어 교육 자재와 씨름했다. 10여년간 사 모은 영어 교육 관련 베스트셀러가 500권이 넘었다. 발성 훈련을 하면 영어를 잘한다는 학원에서 소리를 질러가며 영어를 배우기도 했다. 학원비와 책값 등으로 한 달 평균 30만원씩 썼다. 김씨는 "특별히 영어가 필요한 직장은 아니었지만 특이한 영어 공부법이 소개되면 쫓아다녔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이 "직장이나 잘 다니지 왜 그런 연구를 하느냐"는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그의 '영어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김씨는 2002년 자신이 일하던 창투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자 '좋아하는 일을 할 기회'라고 판단해 사표를 던졌다. 그는 바로 캐나다로 떠났다. 공항에 배웅을 나온 초등학교 6학년 딸과 아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길이 내 일인 것 같다"며 설득했다. 가족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집을 줄여 이사를 했다. 김씨는 캐나다에서 3개월간 테솔(teso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영어 교사 양성 과정) 과정을 이수한 뒤 귀국했다. 6개월간 학원 강의와 영어 개인 과외 등을 하면서 영어교습법을 궁리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영어교육전문기업 쎄듀(cedu)의 영어 강사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학생이었다. 과정을 이수한 뒤 시험을 거쳐 이 학원의 강사로 선발된 김씨는 현재 30~40명의 학생들에게 중급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수입은 과거 직장 생활 때의 절반 수준이다.하지만 김씨는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좋다"며 "영어 전문가로 인정받고 제대로 된 교육서 한 권을 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현.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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