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직 위원 康법무 자문위 사퇴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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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대법관제청 자문위원직 사퇴 의사 표명이 논란이 됐다.

법무부 장관은 당연직 자문위원이기 때문이다. 역시 사퇴 의사를 밝힌 박재승 변협 회장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사퇴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자문위원이 사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다만 자문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내규에도 자문위원의 사퇴 규정은 따로 없다. 따라서 康장관의 경우 법무부 장관직을 갖고 있는 한 위원직도 자동적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康장관과 朴회장이 사퇴 의사를 고수할 경우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시비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자문위원 수는 8명이다. 위원장인 직전 대법원장과 선임대법관.법원행정처장.법무부 장관.변협 회장.한국법학교수협회장 등 6명은 당연직 위원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대법원장이 추천한다.

위원회는 지난 6월 대법원 인사제도 개선위원회가 설치한 기구다. 대법관 제청의 공정성.투명성 등을 높이기 위해 제청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 따라서다. 그전까지는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바로 후보자를 제청했다.

위원회 내규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 대상자를 선정하기 전 자문위원회를 소집, 자문을 받고''자문위원회에 제청 인원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제시하고 적격 여부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고 돼 있다.

즉 자문위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3배수 이상의 후보자들의 적격성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각자의 의견을 내 대법원장에게 전달하는 권한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후보 선정 권한과 대통령에게 제청할 최종 후보 결정권은 모두 대법원장에게 있다. 康장관과 朴회장이 반발한 이유도 이런 구도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수정안을 내놓을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예정대로 세 후보 중 한 명을 청와대에 제청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 동의(인사 청문회 및 의결)를 거쳐 임명하도록 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이 거부한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만 사법부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작금의 기류는 꼭 그렇지 않게 진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생각이 법조계에 흐르고 있다. 대통령의 제청 거부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편에선 다른 사람도 아닌 법을 다루는 법무부 장관이 위원회 규정을 어기고 사퇴서 제출이라는 개인적 행동을 한 데 대한 비판의 소리도 크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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