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치솟는 원화 가치, 달러당 1100원대 눈 앞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원화 가치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증시투자 늘고 수출 회복이 원인 #하반기엔 1070원까지 오를 수도 #모바일 환전 땐 수수료 90% 절약 #ATM 기기 이용해도 환율 우대

27일 달러당 원화 값은 전 거래일보다 9.8원 오른 1112.8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10일(1108.4원)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화 가치가 하루 만에 10원 가까이 뛴 것은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케어’ 법안의 의회 상정을 철회한 여파다. 트럼프 케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를 대체할 목적으로 내놓은 핵심 공약이다.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세제개편안 등 친 성장 정책을 끌고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다.

자료:한국은·각 사 취합

자료:한국은·각 사 취합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달러화를 대거 팔아치웠다. 예전 같으면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사들였겠지만 이제는 그런 인식이 희석됐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지금이 ‘약(弱)달러’로 전환하는 변곡점”이라고 평가했다. 원화는 반사적으로 강세를 띠었다. 올해 들어 달러당 원화 가치는 7.9%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눈앞에 닥친 변수는 다음달 미국 재무부가 내는 환율조작국 보고서다. 현재 한국은 중국, 일본 등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몇년 동안 보고서가 나오는 4월, 10월 전달에는 원화 가치가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외환당국도 환율조작국 보고서 직전에는 달러화를 사들이는 개입을 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비관론이 팽배했던 국내 증시에 투자자 관심이 커진 점도 한몫했다. 저평가된 국내 주식을 사려는 외국인이 늘면서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었다. 김환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국내 수출이 회복되면서 달러 유동성이 늘어난 데다 한국 경제 전반의 체질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원화는 연말까지 완만하게 오를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달러당 107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는 외화가 필요한 일반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준다. 특히 해외 여행객과 유학생 가족 등 환전 수요자는 원화가 강세일수록 이득이다. 올 봄에는 5월 초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대선일(5월 9일)로 이어지는 연휴에 환전 수요가 크게 몰릴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급증하는 출국자와 국내 거주 외국인 수요 등을 노려 다양한 환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수수료를 아끼려면 모바일 환전이 답이다. 같은 금액을 환전해도 대면 거래의 10분의 1 수준으로 비용이 절약된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자체 앱에서 환전 신청을 한 뒤 영업점을 방문해 수령하면 최대 90%까지 환율 우대를 해 준다.

은행들은 매매기준율이 정해지면 달러화에 대해선 1.75%의 환전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예컨대 매매기준율이 달러당 1100원이면 살 때는 19.25원을 더한 1119.25원에 사야한다는 얘기다. 만일 환전수수료를 90% 할인하면 1.925원을 더한 1101.925원에 달러를 살 수 있다. 100달러를 환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략 1700~1800원 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자료:한국은·각 사 취합

자료:한국은·각 사 취합

신한은행 ‘써니뱅크’ 앱은 달러·엔·유로 등 주요통화를 환전할 때 하루 최대 100만원까지 90% 환율우대를 해 준다. 기타 통화는 최대 50% 환율우대가 제공된다. KB국민은행 ‘리브’와 우리은행 ‘위비뱅크’ 앱도 회원 가입을 하면 주요국 우대환율 90%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5월 말까지 인터넷과 외화 자동화기기(ATM) 환전 이벤트도 진행한다. 모바일 우대(90%)에 가까운 최대 80%까지 환율 수수료를 우대해 준다. 서울역 등 50개 지점에 설치된 외화 ATM을 이용하면 현장에서 바로 외화를 찾아갈 수 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환전이 처음이라면 최소 출국 하루 전까지 환전 신청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청일 당일에는 외화 수령이 불가능하다. 대리 수령도 원칙적으로 안 된다. 본인이 직접 신분증을 지참해야 바꿔 둔 외화를 찾을 수 있다.

은행별 차이가 궁금하다면 지난달 금감원이 오픈한 ‘외환길잡이(http://exchange.kfb.or.kr)’를 이용해 보다 쉽게 환전 우대율 정보를 비교할 수 있다. 각 은행에서 환전 가능한 통화종류와 공인인증절차 없이 환전 가능한 은행도 나와있다. 다만 수수료 금액 자체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새누리·심새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