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류지환 시·이반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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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청마 유치환(1908∼67)의『깃발』은 청마 특유의 「의지」와 「서정적 상징」이 잘 나타난 대표작이다.
이상, 혹은 그리움을 향해 끝없이 펄럭이는 깃발, 동시에 푯대에 묵인 손수건, 그것들은 청마의 노스탤지어를 감상주의의 그것이 아닌 힘찬 남성적 의지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화백은 『깃발』을 내면의 이미지로 형상화해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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