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폭력 이번엔 뿌리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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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작」인가, 「흑색선전」인가, 아니면 끝내 갈라선 제1야당의 집안 싸움인가.
경찰은 과연 「배후」를 밝혀낼 것인가.
「대통령직선」을 40여일 앞두고 우려되던 지역감정촉발 정치폭력이 끝내 현실로 나타난 김대중 평민당 창당 준비위원장의 1일 부산집회 후 국제호텔난동사태에 여야가 가시돋친 성명전을 펴는 가운데 정치마당에서의 폭력행사, 낡은 악습을 이제는 말끔히 쓸어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집회 폭력은 대통령선거유세가 열기를 띠면서 지난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의 이리집회방해, 노태우 민정당총재의 광주·전주집회방해사건 등 꼬리를 물었으나 뚜렷한 동기나 배후가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6·29선언」전 민주당창당방해정치폭력배「용팔이」사건 (4월)과 민추협부의장 정 웅씨집 피습사건 (9월)은 아직껏 진상규명이 안된채 당국의 수사는 원점을 맴돌고 있다.
시민들은 이번 선거가 망국적인 지역감정 대립을 극복, 국민화합의 민주화시대를 여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잇따른 정치폭력사건을 명쾌히 규명하고 「용팔이」를 포함한 배후범인까지 검거해 다시는 「정치폭력」이 고개를 내밀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여론이다.
◇익산사태=당초 양김씨 지지세력간 충돌로 부각됐던 부산국제호텔난동사건은 2일 민주당측의 「공작정치소행」성명발표를 계기로 여야간 「공작」「흑색선전」비난 성명전으로 번져 진상이 아리송한 상태.
경찰에 연행된 난동자들은 당초 김영삼씨 지지조직 소속이라고 했으나 곧 이를 번복, 배후와 범행사실 일체를 부인하며 『모른다』로 일관하는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해 진상규명이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1백∼3백여명이 하오3시 수영만집회에서부터 떼지어 다니며 조직적으로 방해행동을 하다 호텔까지 몰려가 난동을 부렸고▲다수가 행상·공원 등 기층 청·장년이며▲연행자중 상당수가 폭력전과자이고▲모두 술에 만취해 있었던 점등으로 미루어 우연히 모인 군중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동원한 인상이 짙어 고도로 계산된 의도적인 「정치폭력」이란 의혹을 사고 있다.
◇「용팔이」사건수사=4월25일 수배된 「용팔이」의 경우 6개월이 더 지난 현재까지 경찰은 소재파악을 못하고 있으며 이에 경찰이 못잡는 것이 아니라 안잡는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경찰은 4월19일∼23일까지 잇단 민주당지구당창당대회장 습격난동의 주범으로 「용팔이」 김용남씨 (38)와 전 신민당청년부국장 이선중씨 (45)등 2명을 지목, 관련자 71명과 함께 수배했으나 단순 가담자등만 검거·자수를 받아 조사했을 뿐 「용팔이」와 이씨 등 핵심 10명은 장관이 2번씩이나 바뀌고 매번 『잡겠다』는 다짐에도 못 잡아 사실상 수사가 중단된 상태.
9월 정웅씨집 피습사건도 범인·배후 등 일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은채 경찰은 형식적으로 수사본부만 차려놓은 채 흐지부지.
◇각계반용=▲김은호변호사 (전대한판협회장) 정치폭력은 장기집권이나 후진국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형태로 정치인들에게도 책임이 있겠지만 예방하지 못한 치안당국에 더 많은 책임이 있다. 조그만 학생시위는 미리 조치를 취하면서 정치폭력은 예방하지 못하는 경찰의 태도가 이해할 수 없다.
본격적인 유세와 투·개표과정에서 폭력난동은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일정 차질 등 엄청난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정치인·정부·국민 모두가 정치폭력만은 없애도록 합심해야 한다.
▲김홍우교수 (서울대·정치학)=우선은 폭력사태의 진상을 밝혀내고 배후를 규명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대응책도 세우고 국민들의 의혹도 불식시킬 수 있다.
이번 부산사건도 당마다 서로 주장하는 것이 다르며 어느 것이 진실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결국 사회불안으로 연결될 것이다. 「민주화」는 그 자체가 폭력의 배제를 뜻한다. 일체의 의혹을 씻는 진상규명으로만 이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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