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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 에버랜드 CB 이익분 시민단체 주장 반영 모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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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삼성이 내놓은 해법의 핵심은 8000억원에 이르는 이건회 회장 일가 사재 등의 헌납이다. 여기에는 4500억원의 이건희 장학재단과, 이와는 별도로 추가 조성되는 3500억원이 포함됐다. 3500억원은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이 회장 자녀의 재산이다. 여기에는 가슴에 묻은 막내딸의 유산도 포함돼 있다.

이 재산은 삼성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출발점인 삼성에버랜드 주식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닌다.

삼성에버랜드는 1996년 10월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전환사채(CB) 99억5000만원어치를 주당 7700원에 전환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했다. 그러나 제일제당을 제외한 에버랜드의 기존 주주였던 계열사들이 CB 인수를 포기하면서 실권된 CB를 이 회장의 네 자녀가 인수했다.

장남 이재용 상무는 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 25.1%를 가진 대주주가 됐고, 이 상무의 세 여동생(부진.서현.윤형씨)은 각각 8.37%를 보유하게 됐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삼성에버랜드의 이 같은 CB 배정 과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편법 증여'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형사사건으로까지 번졌다.

삼성은 이 회장 일가가 출연할 액수를 산정하면서 시민단체의 주장을 대부분 반영했다. 참여연대가 부당이득으로 고발한 내용을 기준으로 이 회장 자녀의 이득을 추산해 이를 고스란히 내놓은 것이다. 이재용 상무가 내놓은 금액은 800억원, 부진.서현 자매가 내놓은 재산은 합쳐서 500억원이다. 이는 에버랜드 CB뿐만 아니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그동안 배정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던 주식에서 얻은 추정 이익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의 논란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을 반성하며 결자해지(結者解之)한다는 차원에서 모두 내놓았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11월 숨진 고(故) 윤형씨의 재산이다. 윤형씨는 ▶삼성에버랜드 주식 20만9000주 ▶삼성네트웍스 292만 주 ▶삼성SDS 257만 주 등 시가로 2200억원의 유산이 있다. 삼성 측은 "윤형씨는 이 회장이 가장 귀여워했던 막내딸이었다"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뜻 깊게 쓰였으면 하는 것이 이 회장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재원 조달과 관련해서는 이재용 상무는 본인이 부담하고, 두 여동생은 비상장 주식을 처분할 수 없어 이 회장이 대신 부담할 계획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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