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본인 거주하는 건물 벗어나지 않았어도 전자발찌 뗐다면 위법"

중앙일보

입력

자신이 살던 건물을 벗어나지 않았어도 전자발찌를 풀어 잠시라도 위치추적이 되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모(64)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본인이 살던 같은 복지관 안에서 이동했고 추적 범위에서 벗어난 시간이 짧았지만 재택 감독장치가 있는 자신의 공간을 휴대용 추적장치 없이 벗어났다”며 “이는 ‘기타의 방법으로 전자장치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황씨는 2005년 10월 청소년 성폭행 등 혐의로 8년간 수감생활 후 출소했다. 이후 복지관에서 생활했지만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5년 동안 해당 장치를 몸에 지녀야 했다.

그러나 황씨는 2013년 5월~2014년 11월 7회에 걸쳐 휴대용 전자장치를 몸에 소지하지 않고 돌아다녀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전자장치의 효용을 해했고 재판에 넘겨졌다.

황씨는 청소년 강간죄로 8년을 복역하고 2013년 5월 출소했다. 이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복지관에서 지냈지만 전자발찌 착용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이 장치를 5년간 몸에 지녀야 했다.

하지만 그는 출소 직후부터 1년 6개월간 7차례에 걸쳐 전자발찌를 몸에서 떼어내고 복지관을 돌아다녔다. 전자발찌를 1.2㎝ 가량 가위로 절단해 훼손시켰다.

현행법상 전자장치를 신체에서 임의로 분리하거나 손상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전자발찌의 효용을 해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게 돼있다.

1ㆍ2심은 황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위치 추적이 불가능했던 시간이 짧았고 2014년 11월 이후로는 위반행위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다시 구속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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