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맞춤형 정보’가 필요한 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김진구 기자]

십여 년 전만 해도 환자는 자신이 앓는 병을 원하는 만큼 자세히 알기 어려웠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의사에게서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비대칭성’은 의료 분야에서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다. 환자는 의사 말이라면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각종 질환 정보가 범람하면서 똑똑한 환자가 늘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전문가들이나 알 법한 약물의 이름과 효과, 부작용, 최첨단 치료법의 이름과 효과 등을 줄줄이 꿰고 있는 환자를 쉽게 만난다.


물론 환자들의 적극적인 자세는 자신의 질환을 이해하고 극복해나가는 데 훨씬 도움 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요즘같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시대에서 내 질환을 미리 알아보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정보의 정확성이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정확한 정보의 틈에 섞여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 환자가 수많은 정보의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필자의 전공 분야인 유방암만 하더라도 ‘○○이 유방암에 좋다더라’는 식의 온라인 유언비어를 믿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를 보고 불안해하느라 의료진의 말을 믿지 않는 환자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유방암은 발병률이 높은 동시에 완치율도 높다. 많은 사람이 걸리고 많은 사람이 치료에 성공하다보니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어지럽게 떠돈다. 유방암은 꽤 흔한 암이지만, 기전과 치료방법은 매우 복잡하다. 아무리 완치율이 높다고 해도 암은 암이다. 정확하고 세심한 정보 제공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한국유방암학회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인터넷 홈페이지 개편이다. 최근 유방암학회는 유방암에 관한 일차원적인 정보를 단순히 알리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쌍방향 소통’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유방암학회 홈페이지를 방문한 유방암 환우와 가족이 직접 본인 혹은 가족의 상태를 입력하면 개개인에 맞는 정보를 더욱 손쉽게 찾게끔 변경했다. 더불어 유방암 기수에 따른 치료법과 후속 조치까지 제안함으로써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정보 사이트들과 다른 점이다.


사이트를 통해 환자는 병원 방문 전 손쉽게 직접 자신의 상태에 대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얻음으로써, 향후 치료에 대한 불안감을 다소 해소한다. 환자의 불안이 해소되면 치료 의지가 높아져 결국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


요즘 한국 의료 현장에서 ‘환자 맞춤형’, ‘환자 친화적’이라는 단어가 부쩍 많아졌다. 진정 환자를 위한 것은 환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한국 의료계는 점점 똑똑해지는 환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불안을 해소해주며, 편의를 높일 필요가 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결국 암 치료 결과를 향상시킨다는 점을 명심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