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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자라 못 입게 된 아이 옷 … 3만 명이 ‘옷장’ 공유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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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고 사이트 운영 이성영씨

기부자에겐 사이버머니 줘새 주인 못 찾으면 해외 보내“합리적 소비가 환경 살리죠”

이성영 대표에게 ‘안 입는 의류 공유는 낭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이성영 대표에게 ‘안 입는 의류 공유는 낭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이성영(46) 대표가 2012년 설립한 ‘키플’은 중고 아동의류 공유 기업이다. 만화영화 ‘토이스토리3’에서 대학에 들어간 주인공이 장난감을 옆집 꼬마에게 나눠주는 장면을 보다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애 옷장에 있는 유아복이 떠올랐어요. 옷들도 영화 속 장난감처럼 새 주인을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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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창업을 위해 다니던 IT 회사를 그만둔 그는 때마침 해외에서 싹트기 시작한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지금은 ‘에어비엔비’ ‘우버’ 등 공유 서비스 기업들이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중에서도 이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중고 아동복 거래 사이트 ‘쓰레드업(Thredup)’이었다. “딸애 옷장에도 세 살 때 산 분홍색 레이스 원피스, 네 살 때 선물 받은 노란색 패딩 점퍼 등 쓸 만하지만 저희에게 필요 없는 옷이 쌓여 있었거든요. 지인에게 나눠주려고 해도 사이즈·성별·취향 등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더군요. 결국 입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5~6년 동안 방치했죠.”

이성영 대표에게 ‘안 입는 의류 공유는 낭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이성영 대표에게 ‘안 입는 의류 공유는 낭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이 대표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중고 아동의류는 휴대전화·노트북 같은 가전기기에 비해 저가라 거래가 활발하지 못했다. 2만~3만원짜리 옷을 사고, 팔려고 시간과 비용을 쓸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고 아동의류를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면 거래는 자연스레 활발해질 거라 믿었어요. 미국에서 공유경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업성을 확신했죠.”

이 대표는 당시 같은 IT 기업을 다니던 동료 2명과 함께 키플을 창업했다. 중고의류를 제공한 회원은 일정 금액을 키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로 돌려받는다. 보통 원가의 30~40%에서 비용이 정해지고, 상품의 가치에 따라 기부자가 받을 수 있는 사이버머니도 달라진다. 현재 키플의 회원 수는 3만 명. 매일 키플에 옷이 들어오는 건수도 200~300건 정도다. 총 40만 건 중 절반(20만 건)은 새 주인을 찾고, 얼룩이나 보풀이 심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옷은 제3세계로 보내진다. 헌옷을 공유해 환경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세계의 소외계층까지 돕는 셈이다.

최근에는 여성 신발·임부복 등으로 상품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수익은 아직까지 미비한 수준이라 직원 5명 월급 주고, 운영비로 쓰기도 빠듯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일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딸이 어른이 돼 사는 세상을 지금보다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쓸데없는 낭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모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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