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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메뉴] 이끼 낀 통나무? 미니 녹차 롤케이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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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메뉴가 떠오르나요? 투뿔 한우 스테이크, 트러플 오일에 튀긴 감자튀김, 샤프란 리조또…. 아마 대부분 이런 요리를 생각하겠죠. 하지만 조금 색다른 메뉴를 시도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무슨 요리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큼 독특하고 창의력 넘치는 음식이 이제 눈앞에 펼쳐집니다. '별별메뉴 훔쳐보기'를 통해 이 신기한 요리들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쳐 분석해 봅니다. 그 일곱 번째 메뉴는 '양고기'입니다. 양고기 특유의 향에 시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요?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게 양고기 스테이크라고?

이끼 낀 통나무나 미니 녹차 롤케이크 같은 비주얼의 이 요리. 진짜 정체는 '스테이크', 그것도 양갈비로 만든 요리다.

이끼 낀 통나무나 미니 녹차 롤케이크 같은 비주얼의 이 요리. 진짜 정체는 '스테이크', 그것도 양갈비로 만든 요리다.

‘슈에뜨’는 파리 하얏트와 제주 하얏트를 거친 이승준 셰프가 선보이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이 셰프는 프랑스에서의 오랜 생활을 바탕으로 현지 맛을 제대로 구현해낸다. 신선함 역시 보장되는 식당이다. 건물 옥상에 정원이 있어 허브류를 직접 재배하기 때문이다. 옥상에는 루프탑 카페 또한 마련돼 있어 손님들에게 식사와 함께 근사한 전경을 선사한다. 프랑스어로 ‘슈에뜨’는 ‘부엉이’라는 의미. 상호명을 살려서 식전빵과 함께 제공하는 부엉이 모양 버터로 유명하다.

영상에서 소개하는 ‘양고기 스테이크’는 슈에뜨에서 단품 메뉴로 만나볼 수 있다.

[Recipe] 양고기 스테이크

요리 위에 얹은 꽃과 접시 외곽에 놓여진 꽃은 계절에 맞춰 바뀐다.

요리 위에 얹은 꽃과 접시 외곽에 놓여진 꽃은 계절에 맞춰 바뀐다.

이끼 낀 통나무? 미니 녹차 롤케이크? 이 요리의 정체는 바로 '스테이크'다. 그것도 갈비뼈가 가운데 떡하니 있는 양갈비다. 자세히 보면 누가 봐도 고기인 이 요리, 어떻게 정체를 감춘 걸까? 그리고 도대체 왜? 그 비밀을 파헤쳐 보자.

저온조리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수비드 조리법 기계. 고기를 비닐에 진공포장해 따뜻한 물에 장시간 담구면 고기가 수분을 유지한채 골고루 익는다.

저온조리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수비드 조리법 기계. 고기를 비닐에 진공포장해 따뜻한 물에 장시간 담구면 고기가 수분을 유지한채 골고루 익는다.

먼저 양갈비를 갈비대 모양대로 잘라 로즈마리·마늘과 함께 수비드(더운 물을 이용한 저온조리법) 기계에 넣는다. 고기를 장시간 따뜻한 물에 담궈 육질의 부드러움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이후 오일을 둘러 세게 가열한 프라이팬에 고기를 넣고 겉면을 바싹 익힌다. 스테이크 맛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구워낸 양고기는 허브의 일종인 '타라곤' 가루에 굴려낸다. 타라곤은 프렌치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허브다. 타라곤의 달콤하고 매콤한 향은 마늘과 로즈마리 그리고 양고기 특유의 향과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갈비뼈를 가운데 꼽고 초록 잎과 꽃 장식을 얹어 내면 마치 이끼 낀 통나무 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양고기 아래 위치한 흙 알갱이 같은 재료는 무엇일까? 바로 곡물이다. 정확하게는 율무·보리·흑미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모두 굽기·찌기·삶기와 같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1차 조리되었다는 점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완성된 요리를 입에 넣으면 각기 다른 곡물의 식감이 입 안에서 살아나 톡톡 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법은 다음과 같다. 1차 조리를 한 율무와 보리만 방울토마토·호박·당근과 함께 약한 불에 졸여낸다. 도중에 치킨스톡 한 국자를 넣어 풍미를 높인다. 걸죽하게 완성된 요리는 접시에 두 스푼 정도 플레이팅한다. 그 위에 1차 조리만 한 흑미를 올리면 완성이다.

작은 냄비에 사과나무 조각을 넣고 토치로 태운다. 곧바로 와인 잔으로 입구를 막아 나무에서 나오는 연기를 가둔다.

작은 냄비에 사과나무 조각을 넣고 토치로 태운다. 곧바로 와인 잔으로 입구를 막아 나무에서 나오는 연기를 가둔다.

사과나무 향 연기가 고기에 충분히 스며들면 와인 잔을 제거한다.

사과나무 향 연기가 고기에 충분히 스며들면 와인 잔을 제거한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뿌연 연기로 가득한 와인 잔으로 요리를 덮는 순간이다. 수비드 조리법과 허브 타라곤만으론 모자라 고기를 훈연해 최상의 풍미를 잡아낸 것이다.

와인 잔으로 어떻게 고기를 훈연하냐고? 먼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작은 냄비에 사과나무 조각을 넣고 토치로 태운다. 나무에서 나오는 연기가 날아가기 전에 와인 잔으로 냄비의 입구를 덮어 가둔다. 요리 위로 냄비를 가져가 와인 잔을 쓱 빼서 바로 양고기 위를 덮는다. 몇 분 뒤 와인 잔을 빼면 고기에 달콤한 사과나무 향이 배어 독특한 풍미가 완성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시간 양고기로 우려낸 매콤한 소스를 주위에 둘러주어야 비로소 완성이다.

먹는 방법은 여타 스테이크와 다를 바 없다. 양껏 썬 양고기 조각과 밑에 깔린 곡물을 포크에 얹어 소스를 듬뿍 찍어 먹으면 끝! 다만 그 부드럽고 진한 풍미만은 다른 고기들과 비교될 수 없으리라.

이자은 인턴기자 lee.jae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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