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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피 벙커에 수영장·헬스클럽까지? · · ·상위 1%를 위한 '노아의 방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감상실,개인 헬스클럽 등 5성급 시설을 갖춘 안락한 공간’

호텔이나 별장을 설명하는 문구 같지만 이것은 재난 대피시설인 ‘벙커’에 딸린 설명이다. 벙커라는 단어에서 간이침대와 통조림 식품으로 가득한 회색빛 콘트리트 공간을 떠올렸다면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21일(현지시간) CNN은 ‘상위 1%는 어떻게 종말을 준비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백만장자들을 위한 대피소를 소개했다.

백만장자들을 위한 현대판 벙커 #핵공격 ·전염병 등 재난 대피는 기본 #5성급 시설에 취향대로 인테리어도 #미 대선·브렉시트 이후 관심 급증

CNN에 따르면 헤지펀드 매니저, 스포츠 스타, 세계적 기업의 경영자들은 이미 자신만의 비밀 대피소를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경우 보유 중인 부동산마다 ‘벙커’를 설치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특히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국 대선 등 국제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각종 사건들은 벙커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비보스x포인트'의 내부는 소유주가 꾸밀 수 있다. 사진은 회사측이 제시한 실내 예상도. [사진 terravivos.com]

'비보스x포인트'의 내부는 소유주가 꾸밀 수 있다. 사진은 회사측이 제시한 실내 예상도. [사진 terravivos.com]

최고급 벙커인 '유로파 원'의 내부. [사진 terravivos.com]

최고급 벙커인 '유로파 원'의 내부. [사진 terravivos.com]

맞춤형 벙커를 건설하는 미국 기업 ‘라이징 S 컴퍼니’의 개리 린치는 “지난해 지하 벙커 시장이 전년 대비 700% 성장했다”며 “특히 지난해 미 대선 이후엔 총 매출이 300%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럭셔리 대피소 건설기업인 비보스의 로버트  비치노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대선 이후 벙커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비보스가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지은 지하 벙커 '비보스x포인트'의 외부 모습. [사진 terravivos.com]

비보스가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지은 지하 벙커 '비보스x포인트'의 외부 모습. [사진 terravivos.com]

그러나 생존의 최소 조건을 넘어 ‘인간적인 삶’을 원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핵공격에도 끄떡없고 화생방 물질을 정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재앙 상황에서도 평소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고객이 원하는 것은 이른바 ‘럭셔리 커뮤니티 대피소’다. 비보스의 CEO 비치노는 “부모 세대의 대피소는 안락한 공간이 아니었다”며 “군 시설처럼 잿빛의 공간에서 인간은 오래 생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 회사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비보스 x포인트(Vivos xPoint)’를 지었다. 1967년까지 군수품 창고로 사용됐던 곳을 575개의 벙커에 최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대피소로 개조한 것이다. 대피소엔 정원과 스파·체육관·의료시설 등 공용 공간이 있다. 정원은 비상식량이 바닥났을 때 자체 생산을 가능케 하는 장기생활 대비용이다. 각 벙커는 소유주 취향대로 꾸밀 수 있도록 했다. 개조에 들어간 비용은 벙커 당 최소 2만 5000~20만 달러(약 2800만~2억 500만원).

보다 럭셔리한 대피소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프로젝트도 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리는 ‘유로파 원(Europa One)’이다. 독일에서 냉전시대 보급품 창고로 사용되던 설비를 개조했다. 34가구가 입주할 수 있으며, 소유주들은 개인 수영장과 영화 상영관을 추가하는 식으로 각자 원하는대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비치노 CEO는 우리는 당신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안락함 뿐 아니라, 집을 떠났을 때 기대하는 편의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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