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담장 속 꼭꼭 숨은 중국대표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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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취재진을 막아선 중국 공안들. 뒷편에 중국대표팀 훈련장을 감싼 가림막이 보인다. 창사=송지훈 기자

한국 취재진을 막아선 중국 공안들. 뒷편에 중국대표팀 훈련장을감싼 가림막이 보인다. 창사=송지훈 기자

한국과의 맞대결을 앞둔 중국축구대표팀이 꼭꼭 숨었다. 한국 취재진과의 숨바꼭질을 들키지 않고 마무리했다. 마르첼로 리피(69·이탈리아) 감독 부임 이후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 대표팀의 분위기와 경기력은 실전에서 확인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중국축구대표팀은 지난 16일 중국 창사에 소집해 훈련 중이다. 20일 현장에 도착해 첫 훈련을 시작한 한국보다 나흘 빨랐다. 경기 장소인 허룽스타디움 바로 옆 보조구장에 붉은색 담장을 치고 '남몰래 훈련'을 진행 중이다.

한국 취재진이 창사에 도착한 20일부터 중국팀은 본격적인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훈련 시간을 알려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중국축구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21일에는 '사실상 비공개 훈련'을 했다. 중국대표팀의 훈련시간을 미리 확인한 한국 취재진이 일찌감치 현장을 방문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출입구를 지키는 공안마다 "이리로 지나갈 수 없다. 다른 출입구에서 물어보라"며 입장을 막았다.

결국 중국대표팀이 훈련하는 보조구장 대신 23일 경기가 열릴 허룽스타디움으로 들어간 뒤 복잡한 계단과 복도를 여러 번 거쳐 보조구장으로 항하는 내부 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축구협회측이 미리 정한 훈련 공개 시간 20분을 꽉 채운 뒤였다. 한국 취재진이 입구에 다다랐을 땐 취재를 마친 중국 기자들이 웃으며 자리를 뜨는 중이었다.

높게 친 담장 틈 사이로 살짝 들여다 본 중국축구대표팀 훈련 모습. 창사=송지훈 기자

높게 친 담장 틈 사이로 살짝 들여다 본 중국축구대표팀 훈련 모습. 창사=송지훈 기자

출입문을 닫으려는 공안을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굳게 닫힌 문은 훈련이 끝날 때까지 열리지 않았다. 중국축구협회와 출입구를 지키는 공안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였는지, 공안이 의도적으로 한국 취재진의 입장을 방해한 것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취재진은 "리피 감독의 전술과 선수단 장악 능력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을 이기는 것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지만 '끝까지 도전해보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창사=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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