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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멜팅 슬로프’ 우려 … 최근 10년 2월 기온 1.2도 올라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낮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해발 773m에 위치한 기상청 기상관측지점의 온도계가 11.9도를 가리켰다. 대관령의 3월 중순 평년 기온(1981~2010년 평균값)인 4.8도보다 무려 7.1도나 높았다. 앞서 지난 11일에도 이 지역의 낮 기온은 11.6도까지 올라갔다. 대관령 주변에는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2월 9~25일)과 패럴림픽(3월 9~19일)이 열리는 경기장들이 있다.

온난화 영향 … 어제 평창 최고 11.9도 #내년 3월 열릴 패럴림픽은 더 비상 #조직위 “인공눈 1m 깔아 문제 없어 #패럴림픽 땐 저장 눈 활용해 대응”

이처럼 강원도 일대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내년에 열릴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일부 종목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상청의 대관령 관측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8~2017년) 이 일대의 3월 중순 일(日)평균 기온은 영상 1.5도였다. 이는 평년값(1981~2010년 사이 30년의 평균값)인 영하 0.2도보다 1.7도나 상승한 것이다. 낮 동안에는 늘 영상의 기온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특히 3월 중순 일 최고기온의 평균은 영상 7.1도로 평년값(4.8도)보다 2.3도나 올랐다. 3월 중순에 열리는 패럴림픽이 걱정되는 이유다. 영상 10도를 넘어서면 눈이 대거 녹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패럴림픽은 장애인 시설 설치 시간이 필요해 통상 올림픽 폐막 10여일 후에 열린다.

2월에 열리는 겨울올림픽도 안심하긴 어렵다. 최근 10년간 대관령 관측지점에서 측정된 2월 한 달의 일 최고기온 평균값은 영상 0.8도였다. 평년값인 영하 0.4도보다 1.2도나 상승했다. 한낮에는 영상의 기온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상청의 권혁준 주무관은 “기온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는 분명하다”며 “이대로라면 올림픽 기간에 눈이 녹아 경기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파인스키장이나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중에서도 해발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눈이 녹아 질척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상청에서는 겨울올림픽 조직위에 제설(除雪)기 가동 시간을 늘리는 등 비상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2014년 2월 겨울올림픽이 개최된 러시아 소치에서도 낮 기온이 영상 16도까지 올라가면서 눈이 녹아 스키 선수들이 애를 먹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겨울올림픽 조직위 성백유 대변인은 “인공 눈을 만들어 1m 이상 깔아놓기 때문에 올림픽 때 슬로프 걱정은 없다”며 “다만 패럴림픽 때는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올라갈 수 있고 비가 올까 걱정이지만 ‘저장 눈’을 활용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제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겨울올림픽 개최 시기를 한겨울인 12월이나 1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구온난화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워털루대의 대니얼 스콧 교수와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위원회(IPCC) 등은 2014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과거 겨울올림픽이 개최됐던 지역 중 일부에서는 다시는 겨울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80년 무렵이면 역대 겨울올림픽 개최지 16곳 가운데 6곳만이 겨울올림픽을 다시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김식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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