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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마저 들어올린 '힘쎈여자 도봉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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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 파주 원방스튜디오에서 촬영 현장을 공개한 배우 박형식, 박보영, 지수. [사진 JTBC]

17일 경기 파주 원방스튜디오에서 촬영 현장을 공개한 배우 박형식, 박보영, 지수. [사진 JTBC]

 '괴력녀’ 봉순이의 위력이 거세다.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백미경 극본, 이형민 연출)이 지난 18일(8회) 방송에서 시청률 10.2%를 기록했다(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JTBC 드라마로서는 지난 2013년 2월  ‘무자식 상팔자’에 이은 두번째 10% 대 진입 기록이다. 지난달 24일 시청률 4.04%로 시작한 '도봉순'은 방송 2주 만에 8%대에  들어서는 등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보여왔다. 17일 경기 파주 원방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연 배우 박보영ㆍ박형식ㆍ지수ㆍ임원희, 이형민 PD를 만났다. 시청률마저 번쩍 들어 올린 봉순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 '늑대소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등에서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온 배우 박보영. [사진 JTBC]

영화 '늑대소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등에서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온 배우 박보영. [사진 JTBC]

인기의 가장 큰 요소로는 단연 ‘뽀블리’ 박보영이 꼽힌다. 극 중 게임업체 CEO인 안민혁(박형식 분)의 경호원 도봉순 역할로 나오는 박보영은 키 158cm, 몸무게 41kg의 가녀린 체구로 건장한 조폭들과 불량 청소년 무리를 압도한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괴력을 선보이는 모습이 역설적인 재미를 선사한다”며 “전형적인 히어로가 아닌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소시민적 영웅이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괴력을 사용하는 것이 통쾌한 느낌을 준다”고 분석했다.

18일 방송, 시청률 10.2% 기록 #2013년 '무자식 상팔자'에 이어 10% 진입 성공 #로맨스, 코미디, 액션 다 되는 '뽀블리' 박보영 #박형식-지수 브로맨스, 악당 백탁파 열연 눈길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박보영 역시 “이 드라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대리만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한을 맞닥뜨리는 장면은 연기인데도 너무 무서웠다.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면 자리를 피하고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텐데, 힘센 봉순이가 대신 싸우고 구해주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영화 ‘미확인 동영상’(2012) 때부터 힘든 신을 함께 해주는 대역 연기자 언니가 있다. 서로 체구도 비슷하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언니한테 배운 무술이 액션신을 찍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자신의 '히어로'를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모계 유전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한다. [사진 JTBC]

모계 유전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한다. [사진 JTBC]

젠더 문제는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극중 행주대첩에서 돌을 날라 적군을 물리친 박개분 여사 이후 모계 유전된 괴력은 여성에게만 적용된다. 자연히 봉순이네는 남성보다 힘이 센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자고로 여자라면~”으로 시작되는 대사들이 종종 나오지만 그 뿐이다. 전복된 성개념은 고정관념을 벗어난 캐릭터들로 이어진다. 여주인공보다 여성스러운 박형식이나 힘 한 번 못 써보고 얻어터지는 조폭, 믿음직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경찰 등이 등장한다.

이형민 PD는 “엄마가 딸한테 맨날 안 대표를 자빠뜨리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극 중 정상적인 인물이 거의 없다”며 “원래 한심한 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설정이 코믹하다 보니 장난기가 내재된 배우들이 마음껏 뛰노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형식은 “원래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대본대로 하는 스타일인데다 박보영씨 상대역이어서 부담감이 컸는데 감독님께서 자연스럽게 놀라고 주문해주신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애드리브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극 중 도봉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연쇄 실종 사건은 이 드라마를 단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가 결합된 복합 장르로 만든다. 범인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사진 JTBC]

극 중 도봉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연쇄 실종 사건은 이 드라마를 단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가 결합된 복합 장르로 만든다. 범인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사진 JTBC]

코미디가 드라마를 이끄는 주된 축이라면 스릴러는 극을 쫄깃하게 조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40kg 대의 힘없고 연약한 여성만 골라 노리는 연쇄 실종 사건과 극의 무대가 되는 도봉동 재개발 문제는 봉순이 타고난 힘을 연마해 제대로 활용하는 계기가 된다. 여성혐오로 비롯된 범죄를 여성의 힘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기존에는 여성의 강한 힘이라고 하면 모성담론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극히 여성적이고 싶어하는 여주인공의 생물학적인 성과 사회적인 성이 결합돼 문제적 현실을 바꿔나간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남녀 주인공의 러브 라인 못지 않게 뜨거운 브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박형식과 지수. [사진 JTBC]

남녀 주인공의 러브 라인 못지 않게 뜨거운 브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박형식과 지수. [사진 JTBC]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문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3월 드라마평판에서 나란히 1ㆍ2위를 차지한 박보영, 박형식을 비롯 삼각관계를 만드는 강력계 형사 지수(인국두 역)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수는 츤데레(겉은 무뚝뚝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하는 한편, 박형식과의 브로맨스 코드도 잘 살려내고 있다. 브로맨스 코드를 위해 "형사같으면서도 섹시한 옷을 찾느라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임원희(백탁 역)가 이끄는 악당 백탁파는 몸을 불사르며 예능감을 과시하고 있다. 봉순이가 툭 치면 날아가고 퍽 차면 부러지는 액션씬을 소화하는데 액션연기의 내공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도봉순에게 맞아 앞니가 다 빠져 두부만 먹는 넘버 3 김원해(김광복 역)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형민 PD는 “원래 시놉시스에 없는 역할이었는데 김원해씨와 인연이 되서 만든 역할”이라며 “8회에 깜짝 출연한 윤상현씨를 비롯 개성적인 카메오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앞으로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이 PD는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가 제 대표작인데 대표작을 갈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금토 오후 11시 방송.

파주=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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