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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社 드라마 띄우기 '해도 너무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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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은 대한민국 남성이 부러워하는 모든 매력을 소유했다. 특히 'No.1 살인미소'로 월.화 드라마 '다모'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드라마의 대박을 기원하며 이 상을 수여함. MBC 사장."(7월26일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중)

방송사들의 '자사 드라마 띄우기'가 도(道)를 넘고 있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노골적으로 새 드라마를 홍보하는가 싶더니, 이젠 드라마를 통해 다른 드라마를 띄워주는 일까지 등장했다.

지난 11일 방영된 KBS 시트콤 '달려라 울 엄마'(사진.월~금요일 밤 9시25분). MBC '다모'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S 월.화 드라마 '여름향기'가 때아닌 소재로 등장했다. 'TV 없인 못 살아'란 제목으로 '여름향기'를 보고 싶어 견디지 못하는 모녀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극 중에서 딸 다혜(정다혜)는 우선 '여름향기'의 방송시간을 정확히 말한다. "어 그거 9시 57분 그리고 나서 광고 4분 나간 다음에(중략) 정확히 10시 2분 20초에 본 방송이 시작해." 이 정도는 약과다. 이어 엄마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탤런트 서승현이 "얘, 여름향기 어떻게 됐어?"라고 묻자, 김영애는 "승헌이가 손예진을 다시 만난데. 송승헌이 몸매가 쫙 빠져서 너무 멋있더라"고 답한다. 김영애가 "오늘 송승헌이 손예진의 심장이 누구건지 알게 되는 날인데…"라고 독백하는 등 유혹적인 내용 암시 부분도 들어 있다.

이날 주요 스토리도 딸의 공부 때문에 TV 시청 금지령을 내린 엄마가 '여름향기'가 보고 싶어 친구집에 가고 딸도 인터넷으로 몰래 보다가 들키는 내용. 이런 구도 속에서 시청자들은 '여름향기'라는 단어를 질릴 정도로 접해야 했다.

이날 방송이 나가자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의 비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정말 눈쌀이 찌푸려 지더군요. 아무리 같은 방송사라도 그렇게 띄워줄 수 있는 건가요." "팬이었는데 정말 실망입니다. 이건 간접도 아니고 완전 직접적으로 홍보를 하는군요. 이제 안 볼 겁니다."

연출자 김석윤 PD는 "TV에 중독된 모녀를 다루다 보니 연속성과 중독성이 강한 드라마를 소재로 사용한 것일 뿐"이라며 "리얼리티를 살리려했을 뿐 결코 홍보 목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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