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새 장편 판매 『1Q84』 때보다 차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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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의 일본 내 판매가 당초 예상과 달리 주춤한 모양새다. 지난 주말부터 아마존 재팬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종합순위 10위권 바깥으로 밀리면서다. 15일 기준 『기사단장…』 1권은 아마존 재팬 종합 11위, 2권은 12위에 올랐다. 이런 초반 성적은 초판을 1·2권 각각 50만 부씩 찍기로 했다가 서점들의 주문이 이어지자 증쇄를 결정해 결국 130만 부로 늘린 '기록적인 출발'에 비하면 뜻밖이라고 볼 수도 있는 판매세다.

아마존 재팬 캡처 화면. 지난 15일 기준. 

아마존 재팬 캡처 화면. 지난 15일 기준.

 아마존 재팬에 올라온 독자 리뷰는 시장 반응을 보다 생생하게 전한다. 역시 15일 기준 1권에 대해서는 모두 175개의 리뷰가 올라와 있다. 별 5개 만점에 5개를 준 독자가 61명, 최하 점수인 별 1개를 준 독자가 47명이나 됐다. 소설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엇갈린다는 얘기다. 28명이 별 4개를 줬고, 26명이 3개, 13명이 2개를 줬다. 중간층에서도 호의적인 평이 우세하지만 부정적인 의견 역시 적지 않다. 

닉네임을 'Amazon Customer'라고 밝힌 독자는 "아마추어 입장에서 잘난 척하며 한 마디 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집대성이며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별 5개를 줬다. "스카치, 음악, 여자의 가슴, 관능적인 여성과의 섹스, 그림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 이런 요소들이 농축되어 독자적으로 아름답게 만들어낸 (하루키의) 수완은 ‘역시나’다"라고 썼다. 'Goldbird'라는 닉네임의 독자도 "출간된 지 1주일, 천천히 시간을 들여 제1부를 완독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금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라며 역시 별 5개를 줬다.

반면 닉네임 '아마조도스(アマゾドス)'는 "뭐랄까? 독서 후의 실망감. 이 소설을 읽고 느낀 것이 없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네임 밸류에서 오는 오차가 매우 크다. 우선 신선함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써 온 소설 패턴의 반복"이라고 혹평하며 별 1개를 매겼다. 

잦은 성적인 묘사에 부정적인 반응도 보인다. 닉네임 '펜데레츠키(ペンデレ月)'는 "이 사람이 그리는 인물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예전부터 느껴왔지만, '내 나이대 친구들은 전부 결혼했지만 대부분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라는 대사나 열세 살 소녀가 항상 제 가슴 크기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부분 등은 아무래도 여성혐오가 아닌가란 생각까지 든다"며 별 3개를 매겼다.
소설에서 난징대학살을 다룬 점을 비판하는 반응도 있었다. 닉네임 '요타로(ヨ-タロ-)'는 "일본군이 난징에서 40만 명이나 죽였다니 무슨 소리인가! 허위 사실로 일본과 일본인을 매도함으로써 책을 팔려는 행위는 이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일본인에게 사과해라!"라며 별 1개를 줬다.
국내의 한 출판인은 일본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신작에 대한 반응이 하루키의 전작 『1Q84』와 비교하면 조용한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일본 지인은 『1Q84』 출간 초기 동네서점에서 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던 데 비하면 『기사단장…』의 서점 판매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평온한 편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이런 일본에서의 초반 성적표가 국내 판권 계약에는 어떤 반응을 미칠까. 『기사단장…』은 하루키의 종전 국내 판권료(선인세) 계약 기록을 뛰어넘을 것 같다는 관측이 국내 출판인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기사단장…』의 초판 발행 부수가 『1Q84』의 초판 인쇄 부수(68만 부)를 크게 뛰어 넘으면서다. 판매 부수가 저조할 걸로 예상될 경우 선인세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국내 출판사들의 『기사단장…』 선인세 오퍼 마감은 이달 24일로 알려졌다. 관심 있는 출판사들은 작품에 대한 1차 검토를 마친 상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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