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창일 “차관, 윤 장관과 생각 같다면 새 정부선 그만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창일(제주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새 정부의 점령군 같다”는 말이 나왔다. 강 의원은 당내에선 비주류로 분류되는 4선 중진 의원이다.

외통위서 인사 보복 예고성 발언 #“민주당, 정권 잡은 듯 행세” 논란

강 의원은 이날 외통위 현안질의에서 “지금 현 정부에 (박근혜 정부) 외교정책, 윤병세 장관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새 정부 들어 당연히 정책 전환이 있을 텐데 이를 준비해야 하니 그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빨리 TF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개월 있으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데 (지금 정부가) 엄청나게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짓을 하고 있다”면서다.

강 의원은 이어 “차관 말이죠. 계속 고집해서 나갈 거예요? 하시겠어요? 안 하시겠어요. 차관은 윤 장관과 생각이 어떤지 모르겠는데, 생각이 다른 분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왜 말 안 해요. 답변 안 해요?”라고 몰아붙였다. 이날 동남아시아 해외출장 중인 윤 장관을 대신해 출석한 안총기 2차관이 “정부는 수장을 중심으로 일치된 의견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라고 답변하자 강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강 의원은 “차관도 (장관과) 똑같은 생각을 하면, 새 정부 들어오면 당장 그만둬야겠네요. 찾아보세요. 생각이 다른 분이 계실 텐데 준비해 주셔야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가) 대한민국 공무원이지, 윤병세 졸개들이 아니잖아요. 왜 그렇게 어영부영 답변해요”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어차피 (새 정부 들어서면) 정책 전환이 있을 거라는 건 누구든지 상상할 수 있지 않아요. 검찰은 잘한다고요. 검찰은 새 정부가 들어오면 맞춰서 개편하려고 하는데 외교부에서도 (그렇게) 해줘야 된다는 겁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인사상의 보복 조치를 염두에 둔 발언도 했다. 그는 “국장들 다 사표 낼 거예요? 안 차관이랑 똑같은 생각이면 전부 다 갈아치워야 해요? 외교부를 없애야 합니까? 정책 변화는 누구든지 다 알고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말문이 막힌 안 차관이 계속 답변을 하지 않자 강 의원은 “고개만 끄덕거리면 속기록에 안 나와요. 해야죠”라고 답변을 요구했다. 안 차관은 마지못해 “새 정부가 들어설 때에 대비해 시간이 안 남았기 때문에 그동안 있었던 일과 정책을 정리해 아마 브리핑을 하는 준비작업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다 끝나는 판에. 국가를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대응 방향들을 준비하시라, 이게 지극히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아이참~”이라고 타박했다.

회의장에 배석해 있던 외교부 당국자들은 “강 의원의 황당한 주장에 할말을 잃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마침 오늘 대통령선거일이 5월 9일로 확정됐는데 민주당이 벌써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세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차세현·유지혜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