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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미끄럼 타는 까마귀, 권투하는 캥거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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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자연사박물관에서 소년중앙 학생기자들이 동물 놀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이대자연사박물관에서 소년중앙 학생기자들이 동물 놀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얼른 숙제 마치고 놀아야지" "오늘은 뭐 하고 놀까?" 우리는 종종, 놀 궁리를 합니다. 공부에 지쳤다가도 놀 궁리만 하면 힘이 절로 솟아나죠. 그런데, 말이에요. 놀 궁리는 우리만 하는 게 아닌가 봐요. 동물들의 놀 궁리가 가득한 '동물의 놀이' 전에 소중 학생 기자들이 다녀왔습니다.
글=김옥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우상도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취재=마채영(인천 인화여중 1)?박준서(서울 서원초 5) 소중 6기 학생 기자

어른들은 놀이를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을 참 많이 하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는 데 시간과 힘을 쓰지 말 것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놀이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행동임에도 진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놀이 경험이 학습과 창조성을 촉진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죠. 노는 게 공부란 이야기죠.

동물도 사람 못잖게 놀죠

동물들에게도 놀이는 중요합니다. 재미나게 놀 때, 뇌에서 행동과 인식, 자발적인 움직임, 수면, 기분, 주의, 작업 기억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거든요. 도파민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러요. 왜냐면 뇌 신경 세포를 흥분시켜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두근거리고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동물들도 놀 때, 사람처럼 웃는 표정을 짓거나 소리를 내며 즐거워해요.

또 동물들도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놀아요. 서수연 이대 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은 "동물들의 놀이가 사회놀이, 운동성 놀이, 사물놀이로 나뉜다"고 설명했어요. 강아지들이 서로 깨물며 노는 것은 사회 놀이고 사슴이나 말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뛰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운동성 놀이에 속해요. 어린 육식동물이 먹이가 아닌 사물을 잡고 흔드는 것은 사물놀이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하늘·땅·바다에 펼쳐져 살고 있는 동물들이 어떤 놀이를 즐겨 하는지 알아볼까요.


땅에 사는 동물들은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놀이의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새끼 사자는 어른들의 꼬리나 갈기를 물며 장난치는 놀이를 좋아합니다. 어미 외의 다른 어른들과 교류하지 않는데도, 어느 정도 성장하면 무리에 적응해 나가는 것도 바로 이 놀이 덕분이죠. 먹이사슬 상위권에 있는 무서운 동물이지만, 어른 사자들은 새끼들의 놀이에 관대하다고 하네요.

코요테는 개나 늑대보다는 덜 사회적이면서 더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동물입니다. 그래서인지 개나 늑대보다 더 자주 놀이를 해요. 주로 서로 깨무는 놀이를 하죠. 놀이 상대에 따라 무는 강도를 조절하긴 합니다만, 만일 암암리에 정해진 약속을 어기고 세게 깨물면 그 상대와 다음부턴 절대 같이 놀지 않는다해요.

북극곰은 얼음이 얼기 전인 가을에 주로 싸움의 형태로 놀이를 합니다. 심심한 곰들끼리 모여 10시간이 넘게 싸우는데, 좀 무서울 것 같죠? 작은 체구를 가진 시궁쥐는 쫓기?구르기?물기 등의 거친 놀이를 즐깁니다. 한참 거친 신체놀이를 하면서 짧은 고주파의 초음파 웃음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죠. 이 웃음 소리를 낼 때 시궁쥐의 대뇌 신피질에 있는 유전가가 활성화된다고 해요.

마채영 학생 기자 “놀이의 방법이나 기준은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해선 안 될 것 같아. 우리가 보기엔 싸우는 것처럼 보여도 동물들은 즐겁게 노는 중일 수도 있거든. 또 코끼리가 코를 흔들거리는 건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하는 행동이래. 인간의 기준과는 다르다고 느꼈어.”

박준서 학생 기자 “캥거루의 놀이법을 보고 조금 놀랐어. 사람이 권투를 하는 것이랑 비슷했거든. 혼자 놀지 않고 서로 어울려 노는 게 인간과의 차이점이 아닐까 싶어. 시궁쥐가 웃음 소리를 낸다는 것도 신기했어.”

나무 위
나무 위에서 주로 활동하는 영장류(원숭이?오랑우탄?침팬지 등)는 사회 놀이의 달인입니다. 일본원숭이는 돌멩이를 쌓아놓고 다시 부수거나, 눈밭에서 눈을 굴리고 눈싸움을 하며 놉니다. 사람과 비슷하죠?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놀이 상대의 입을 열고 웃는 놀이를 합니다. 1초만에 재빠르게 상대의 얼굴을 흉내 내며 낄낄거리고 웃기도 해요. 오랑우탄도 상대의 감정에 전염되고, 공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겔라다 개코원숭이도 놀이 중에 상대의 얼굴 표정을 흉내 내며 놀아요.
어린 다람쥐원숭이는 노는 중간에 ‘깍깍’거리는 놀이 발성을 합니다. 놀이 싸움에서 좀 더 약한 쪽에 있는 녀석이 놀이 발성을 더 자주 하죠. 소리를 내는 것은 ‘나 여기서 놀고 있어요’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침팬지의 경우 어릴 때보다 커갈수록 노는 시간이 늘어나는 동물입니다. 산의 경사면을 내려가면서 나뭇잎을 모은 후, 모은 나뭇잎더미 위를 걷거나 공중제비하며 노는 장면도 관찰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에 가장 가까운 놀이 모습을 보여주는 동물입니다.

마채영 학생 기자 “영장류들이 잠자는 시간 다음으로 노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는 사실, 믿어져? 막대기를 갖고 놀거나 돌을 쌓는 행동에도 이유가 있대. 훗날 먹이사냥에 필요한 기술을 놀이로 습득하기 때문이지.”

박준서 학생 기자 “역시 영장류는 다른 동물들보다 똑똑한 것 같아. 침팬지가 사람과 비슷하게 노는 것 같아서 많이 놀라웠어. 씨익 웃으며 표정을 흉내 내는 영장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기도 하지만 재미있었어.”

하늘
앵무류?까마귀류?맹금류?딱따구리류와 같은 새들도 운동성 놀이, 사물 놀이, 사회 놀이를 합니다. 특히 큰까마귀는 영장류만큼 복잡한 놀이를 하죠. 어린 큰까마귀는 부리나 발로 나뭇가지나 줄을 붙잡고 거꾸로 매달리거나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오고, 눈을 밀고 뒤엎는 운동성 놀이를 합니다. 여러 마리가 공중에서 서로 발톱을 걸거나 고리 모양을 만드는 곡예비행도 해요. 심지어 다른 종인 늑대?개?수달과 쫓기 놀이를 하는 장면도 관찰됩니다.

뉴질랜드에 사는 앵무류인 ‘케어’는 지능이 높고 호기심 많은 새입니다. 자동차의 와이퍼나 등산객의 텐트를 부수고, TV 안테나를 뽑거나 타이어 공기를 뺍니다. 이런 행동은 먹이?생식과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어 사물 놀이에 속하죠. 1~5마리를 상대로 부리로 물며 당기고 발로 뒤집고 소리를 지르며 노는 몸싸움 놀이도 합니다.

또 다른 앵무류 새들은 사회 놀이를 할 때 오랜 시간 동안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고, 통통 튀는 듯한 걸음걸이로 걸으며 부리를 벌린 자세를 취합니다. 이런 행동은 새들이 놀기 전 ‘놀자~’고 하는 신호라고 합니다.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행동들이 사실은 놀이였다는 것이죠.

마채영 학생 기자 “난 새의 뇌가 아주 작아서 놀이에 대한 생각을 못할 것이라 여겼는데, 눈이 쌓인 지붕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까마귀를 보고 빵 터졌지 뭐야. 앵무새들이 사람의 물건을 쪼아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노는 것도 인상 깊었어.”

박준서 학생 기자 “가끔 하늘에서 복잡하게 날아가는 새들을 보긴 했는데, 노는 중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어. 하늘만 날다 보면 심심할 수도 있겠다 싶어. 새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는 것을 보고 어떻게 다양한 방법으로 놀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기도 해.”

바다
좀 놀 줄 아는 동물 중 돌고래를 빼놓으면 섭섭합니다. 돌고래는 새끼 때 주로 노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전 연령대에 걸쳐서 놀이 문화를 즐깁니다. 어릴 때는 어미와 주로 놀고, 조금 나이가 들면 또래 친구들과, 어른이 되면 어른 돌고래들과 노는 것을 즐기죠. 돌고래들의 장난감은 바닷말이나 거북이입니다. 거북이를 갖고 노는 것을 보면 거북이가 좀 불쌍해지기도 하네요. 분수를 내뿜는 구멍으로 물방울을 만들거나 힘차게 뛰어 올라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도 돌고래의 놀이 행동에 속합니다.

범고래도 비슷하게 놀아요. 물 위로 펄쩍 뛰어 오르고 지느러미로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죠. 먹이로 잡은 가오리나 물개를 바로 잡아먹지 않고 입에 물었다 던지며 노는 살벌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범고래에게 눈으로 만든 공을 던져주면 피하는 대신 갖고 노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마채영 학생 기자 “지능이 높은 만큼 노는 것도 멋있다고 생각했어. 바다에서 노는 돌고래는 멋있어 보이지만, 동물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며 살아가는 녀석들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들어.”

박준서 학생 기자 “돌고래는 머리가 좋기로 유명한 동물이야. 놀이를 즐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했겠지. 물로 고리를 만들어 통과하는 놀이법이 무척 신기했어.”

돌고래의 놀이인 '버블 링' 불기 체험을 하는 박준서 학생기자.

돌고래의 놀이인 '버블 링' 불기 체험을 하는 박준서 학생기자.

동물의 놀이 전시기간: 11월 30일까지, 평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장소: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관람료: 무료문의: 02-3277-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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