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세밀하게' 홈 이점 살리는 韓 썰매대표팀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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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는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 평창=박종근 기자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는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 평창=박종근 기자

1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17일부터 열릴 봅슬레이·스켈레톤 월드컵에 참가할 각 국 선수들이 공식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국제 훈련 기간'부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트랙에 적응해온 선수들은 감각을 키우고, 코칭스태프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느라 바빴다.

그런데 훈련 시간에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공식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이미 훈련을 따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국제 훈련 기간' 전부터 이같은 방식으로 다른 나라의 훈련 시간을 피해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 후에 실전 훈련을 진행했다.

세계 정상권 수준으로 올라선 한국 봅슬레이, 스켈레톤 팀은 이제 다른 나라에서 대표적으로 경계하는 팀이 됐다. 스켈레톤 세계 2위 윤성빈(강원도청)은 "우리 선수들이 썰매를 탈 때, 다른 나라 스태프들이 트랙에서 내려오는 동선 등을 관심있게 보려한다. 그래서 타는 모습을 유심히 찍어가는 일이 많아졌다"면서 "아무래도 그런 게 많아지면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대표팀은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누릴 수 있는 '홈 이점'을 살려 '은밀한 훈련' 전략을 선택했다.

봅슬레이 4인승 훈련을 하는 한국대표팀. 관중석엔 군인 등 자원봉사자들이 힘차게 응원해 실전같은 분위기에서 훈련이 진행됐다. 평창=김지한 기자

봅슬레이 4인승 훈련을 하는 한국대표팀. 관중석엔 군인 등 자원봉사자들이 힘차게 응원해 실전같은 분위기에서 훈련이 진행됐다. 평창=김지한 기자

그러면서도 훈련은 집중력있게 진행된다. 세밀한 부분들까지 점검하면서 선수들의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엔 실전을 방불케하는 시뮬레이션 훈련도 진행했다. 경기장 자원봉사로 나선 군인들에게 '가상 관중 역할'을 맡겨 스타트 지점에 있는 관람석에 앉아 일반 관중처럼 함성을 지르게 했다. 선수들은 '가상 관중'들의 함성 속에 실전같은 분위기에서 스타트 지점을 힘차게 박차고 썰매를 끌고 달렸다. 여자 봅슬레이대표팀 간판 김유란(강원연맹)은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썰매를 타면서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9일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다음달 초까지 실전 훈련을 계속 할 계획이다. 하루 최대 8번 타는 계획을 세웠다. 기후, 환경 등 조건이 갖춰졌을 때 최대한 많은 실전 경험을 쌓겠다는 의도다. 선수들이 감각을 익히는 건 물론 썰매, 날 등 장비 시험도 함께 진행한다. 이용 봅슬레이대표팀 총감독은 "선수들이 올림픽 트랙을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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