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만 대법관 추천하나" 변협회장 반발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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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출범 이후 첫 대법관 임명 제청을 위한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가 12일 오후 대법원 6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렸으나 자문위원인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며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朴회장은 특히 퇴장 이후 팩스로 자문위원 사임계까지 제출, 후임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朴회장은 "대법원장이 제시한 세 명의 후보 외에 다른 사람들을 추천할 여지가 없는 현재의 자문위원회에는 참여할 의미가 없어 사퇴했다"고 말했다. 변협 관계자는 "운영 방식이 위원들의 토론이 아닌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하고 추천된 세 명의 인사도 개혁 성향이 부족하다고 판단, 朴회장이 중도 퇴장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역시 자문위원인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회의에서 "다양한 후보가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康장관 역시 회의 도중 퇴장했으나 급히 외부 연락을 받고 나간 것으로, 불만에 따른 퇴장은 아니라고 법무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날 자문위에는 康장관과 朴회장 외에 위원장인 윤관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이강국 법원행정처장, 조무제 선임 대법관, 송상현 한국법학교수회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최종영 대법원장은 자문위에 김용담(사시 11회) 광주고법원장, 김동건(11회) 서울지법원장, 이근웅(10회) 대전고법원장 등 세 명의 현직 법관을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논의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렸으나 의견수렴은 충분히 이루어졌다"면서 "자문위에서 세 후보의 적격 여부를 따져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崔대법원장은 자문위의 결정 사항을 참고로 다음주 초 노무현(盧武鉉)대통령에게 신임 대법관의 임명을 제청할 예정이다. 신임 대법관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에 의해 정식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이에 앞서 대한변협은 지난달 30일 대법관 후보로 최병모 민변 회장과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 두 명을, 대법관.헌법재판관 시민추천위원회는 이 두 명의 법조인과 함께 여성인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 박원순 변호사, 이홍훈 법원도서관 관장 등 6명을 추천한 바 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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