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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김민희 간담회

중앙일보

입력

‘올 해의 문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홍상수(57) 감독, 김민희(35) 주연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3월 23일 개봉)가 13일 언론 시사를 통해 국내에 첫 공개됐다. 영화는 한 편의 절절한 사랑 고백이자 세상이 비난하는 사랑 앞에서 쓰라린 자기 번뇌이며, 정인에게 보내는 간절한 응원처럼 보였다. 지난해 불륜 스캔들에 휩싸였던 두 사람은 언론 시사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서로 진솔하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처음이다.
언론 시사가 매진될 정도로 치열한 취재 경쟁 속에서 두 사람은 차분한 얼굴로 시사회장에 들어섰다. 김민희에게 지난 달 여우주연상을 수여했던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참석 이후 첫 공식 일정이었다.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 쏟아지자, 둘은 당황한듯 서로를 한참 바라보다 홍 감독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두 사람 사랑하는 사이고요.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언론 보도에서 얘기하지 않은 건 처음엔 개인적인 일이라 얘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다 아시는 것처럼 얘기하셔서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상적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니까 기자분들과 만나는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인 부분은 정말 개인적인 부분이고, 책임져야 할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민희는 이어 “저희는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 믿고 있습니다.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다가올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민희는 지난 달 열린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홍 감독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이제 상업영화에 출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홍상수의 뮤즈로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민희는 “계획이나 목표가 없다. 지금 저에게 주어진 작업에 만족하고, 제가 연기를 할 때 그 과정에만 몰두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 홍 감독님과 작업이 너무 귀하다”고 답했다. 수상에 대해선 “이 영화가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서 기뻤고 영화로만 관심과 집중을 받을 수 있을가 하는 바램이 생겼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열아홉번째 장편 영화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영화감독과 불륜 관계에 빠진 여배우 영희(김민희)의 이야기다. 감독과 이별한 영희는 독일 함부르크와 강원도 강릉을 걸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하고 사랑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현실과 영화가 완전히 겹치는 건 아니지만, 기본 설정은 통한다. 홍 감독은 “내 삶을 재현하거나 선언하는, 자전적인 영화를 만든 건 아니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왜곡이 있을 수 있으니까. 내 작업 방식은 내 안의 개인적인 디테일을 모아서, 그걸 자유롭게 배열하는 것이다. 나와 가까운 디테일을 가져오는 이유는 나로 하여금 진실해야 한다는 무게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영화 속엔 불륜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반박하는 듯한 대사도 등장한다. "“일반 국민의 부정적 시선을 저속하게 보는 거냐”는 질문에 홍 감독은 담담하게 말했다. “일반 국민이라기보다 ‘어떤 분’들인 것 같습니다. 제 주위나 김민희씨 주위 사람들 반응은 전혀 다른 것이었으니까요. 사람마다 성격이나, 배경에 따라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가 문제죠. 구체적으로 저한테 피해를 주거나 법에 저촉된 행위가 아니면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남들한테 똑같이 그런 대우를 받고 싶고요.”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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