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2001년 불법 입국 김정남 지문 정보 제공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가 지난달 13일 피살된 북한 김정남의 지문 정보를 말레이시아 정부에 제공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신원 확인 작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01년 위조여권으로 방일한 김정남으로부터 채취한 지문과 얼굴 사진 등 신체 특징을 담은 데이터를 말레이시아 정부에 제공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0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당한 남성이 김정남임을 특정할 때 일본이 제공한 정보도 활용했다. 김정남 살해 사건과 관련해 일본이 말레이시아에 공식 협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남은 2000년대 들어 여러 차례 위조여권을 사용해 일본에 들렀으며 일본 공안당국은 그때마다 비밀리에 미행했다. 그는 지난 2001년 5월 도미니카공화국 위조여권을 사용해 싱가포르에서 일본 나리타(成田) 공항으로 입국하려다 적발돼 출입국 관리 당국에 구속됐다. 김정남은 당시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 남자 아이 와 함께 도착해 “김정일 아들이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볼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3일만에 중국 베이징으로 강제 추방됐으며, 그 과정에서 일본 출입국 관리 당국이 그의 지문 등을 채취했다.
김정남에 대한 지문 정보는 한국 정부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로선 일본 정부의 지문 데이터가 합법적으로 채취돼 대외적으로 설명하기 쉬운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문 데이터 외에 가족의 DNA도 다른 방법으로 입수해 신원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지금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숨진 남성을 김정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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