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유럽] 왜 이렇게 더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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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렇게 더운 것일까?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유럽의 폭염이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재앙'으로 변하자 세계 각국 기상연구소들은 본격적인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설득력있는 얘기는 ▶느끼지는 못했지만 봄부터 이미 기온이 예년보다 높았고▶달궈진 대지를 식혀줄 비가 올해 적게 내렸으며▶대서양과 아프리카에서 뜨거운 바람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구온난화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준비된 더위=올 봄부터 유럽대륙은 이미 상당히 '달궈져' 있었다. 그동안 유럽이 지속적으로 고기압대의 영향을 받아 일조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4월부터 7월까지 넉달 동안 유럽 전역이 지난 30년간의 같은 기간 평균 기온보다 1도 이상 높았다.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는 많은 지역이 3도 이상 높았다. 특히 8월 들어서면서는 중서부 유럽 전역이 5도 이상 높았고, 최근 더위가 맹위를 떨친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대부분 7도 이상 높았다. 일부 기상전문가들은 유럽이 이미 지난 5월부터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올 봄 이후 가뭄까지 겹치면서 달궈진 땅이 식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프랑스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올 4월부터 7월까지 강수량이 지난 30년 동안의 같은 기간 평균에 비해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몰려오는 열풍=현재 유럽대륙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크게 두가지다. 대서양에서 부는 편서풍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주변에서 발생해 지중해를 거쳐 북쪽으로 올라가는 몬순(계절풍)이 그것인데 문제는 이들 두 바람이 모두 수온이 높은 바다에서 데워진 뜨거운 공기를 유럽으로 몰고 왔다는 것.

한국 기상청 기후국 기후예측과 김종군 연구관은 "현재 서유럽 앞바다와 지중해가 올 봄부터 계속 고기압의 영향아래 놓여 있었던 관계로 수온이 높아졌다"며 "이로 인해 이곳에서 유럽대륙으로 부는 바람도 열기를 공급받아 뜨겁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도 한몫=영국 타인달 기상연구센터 존 셸른후버 소장은 지난 6일 영국 가디언과의 회견에서 "현재의 폭염은 아무도 현실화를 원치 않는 지구온난화에 관한 최악의 시나리오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영국국립기상연구소인 헤들리 센터의 피터 스토트 박사도 "유럽과 북미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폭염이 인간이 야기한 환경오염에 부분적으로 기인하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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