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래난 노래한 서사시|『정주가』한글가사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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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홍경내난을 노래한 대서사시인 한글가사 『정주가』 가 발굴됐다. 소재영교수(숭실대·국문학)는 27일『정주가』와 함께 『격정가』『정창가』『수노조천곡』『초혼사』『세장가』 『임천별곡』등 6편의 한글가사도 새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상 7편의 한글가사를 담고 있는 책은 『언사』. 한산리씨인 이린구옹(서울 강남구 서초동)이 5대째 보관하고 있는 가부가사집이다.
가로19· 5cm, 세로28·5cm에 총37면의 『언사』는 말미에 홍정유의 발문이 실려있는데 이에 따르면 『정주가』의 작자는 이의현(1765∼1828), 나머지 6편은 이련영(1722∼1794)이 지었다. 이운영과 이의현은 부자사이며 발문을 쓴 홍정유는 이의현의 외손이다.
이운영은 1천여수의 시를 남긴 학자이며 이의현은 목은 이장의 15대손으로 성주·황주목사등을 지냈다.
한글가사 『착정가』는 총2백2행의 길이로 우물을 파며 평화를 구가하는 내용이고 『순창가』(2백18행)는 화순군수의 산놀이중 기생의 하소연이 담겨 있으며 『수로조천곡』(오행)은 배 만들어 사신으로 중국에 가며 부르는 노래다. 『초혼사』(1백5행)는 금산 칠백의 총의 혼을 위로하는 내용이며 『세장가』(36행)는 관직에서 파면 당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래이고 『임천별곡』(2백2행) 은 70대의 생원과 할멈의 치기 어린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가사는 『정주가』.
소교수『홍경래난의 시말을 소재로 한 「정주가」는 작자인 이의현이 난 후 불과 11년만에 난의 근원지에서 가장 가까운 황주의 목사를 지냄으로써 난의 분위기와 난후의 민심을 가강 잘 살필 수 있었던데서 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장장 4백30행의 이 작품이야말로 『전쟁가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면서 이미 단편적으로 나온 동류의 가사와 비교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교수는 「정주가」는 비록 관군편에서 씌어졌지만 비교적 객관적 필법을 견지하고 있으며 특히 역사에 가려진 새로운 사실까지 노래로 읊고 있다』고 말했다. 또『이들 작품은 실학시대의 산물로 과거 사대부들의 금풍매월하던 가사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그는 주장했다.『정주가』의 내용중엔 제 임무를 다하지 못한 당시 관리들에 대한 질책과 비난을 담고 있다. 또 『홍경래를 죽여주소 홍경래인들 제 탓이랴 이희저(범참총관)의 탓이로다 이희저인들 무엇 알고 우군칙(참모장)의 꼬임이라』며 역사의 이면도 얘기하고 있으며 홍경내의 죽음과 정주성의 함락, 2천4백여명의 학살장면에서 이 가사는 절정에 이른다.
소교수는 『좀처럼 얻기 어려운 18세기 실학시대 가사에 7편의 한글가사는 소중한 가사문학자료』라고 강조했다.
조동일 교수(서울대·국문학) 는 『아직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보지 못했지만 한국문학사의 획기적인 자료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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