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공영방송 “韓 민주주의 승리…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은 민주주의를 위한 승리라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People)고 보도했다.

"70대 노인은 여전히 박근혜 지지 #박정희 군부독재하에 세뇌된 탓"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10일 오후 탄핵 반대 시위대가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탄핵 반대 시위 참가자 중 부상자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10일 오후 탄핵 반대 시위대가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탄핵 반대 시위 참가자 중 부상자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DW는 10일(현지시각) 홈페이지 첫 화면 논평을 통해 “한국인들은 30년 전 길거리로 뛰쳐나와 자유 선거를 요구했다. 이제 한국의 대통령은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축출됐다”며 이같이 평했다. 이어 방송은 “과거의 정치적 논쟁과 달리 이번에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며 “좌우 이념 경계에 나뉘지 않고 많은 보수층도 진보 운동가들의 요구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DW는 “그런데도 끝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다”며 “독재자 박정희의 군부 정권을 경험한 70대 노인들”을 꼽았다. 방송은 이 노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빈곤을 겪다가 박정희 정권 당시 급속한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헌신했던 국민”이라고 설명하며 “과거에 대한 향수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해왔다”고 분석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인 유교 가치가 사라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을 정도로 비참한 상황에 부닥쳐 있는 노인들이 박정희 정권을 떠올리게 하는 박근혜 정권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것이다. 방송은 이에 대해 “수십년간의 군사 독재하에서 세뇌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방송은 또 “1980년대까지 냉전 편집증이 한국 사회에 스며들어 모든 사회적 악이 북한 정권의 탓으로 돌려졌다”며 “노인들은 이러한 담론들을 여전히 갖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북한의 첩보 요원이나 한국 내 좌파 세력들이 꾸민 일로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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