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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 명확한 결정문 … 때론 단호한 표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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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문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다른 사건의 결정문이나 법원 판결문보다 법률 용어가 적어 일반인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은 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희범 전 헌재 연구관은 “논리와 문장을 가다듬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요지를 잘 정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고일 4∼5일 전에 이미 탄핵심판 청구 인용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써 #“재판관들 이견 크지 않았다는 뜻”

결정문은 전반부에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문제를 제기했던 탄핵심판의 절차와 8인 재판관 체제 등이 정당하다는 내용을 담고 후반부에 소추 사유에 대한 판단을 서술했다. 전체 89쪽 중 55쪽부터 58쪽까지 4쪽에 걸쳐 파면의 필요성에 대한 결론이 나온다. 이 부분에는 법조계의 문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호한 표현도 있다.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비선 조직의 조언을 듣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그때마다 이를 부인하고 의혹 제기 행위만을 비난했다” “대국민 담화에 진정성이 부족했다” 등 박 전 대통령의 행위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지적도 등장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을 파면할 수밖에 없다는 헌재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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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때의 결정문(51쪽)보다 길었지만 이정미 권한대행이 읽은 선고 요지는 더 압축적이었다. 요지를 읽는 데 걸린 시간은 21분으로 2004년 때(25분)보다 짧았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4년에는 법리 다툼이 많아 그에 대한 해석과 판단 결과를 드러내야 했지만 이번엔 부정한 행위의 사실관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가 핵심이어서 복잡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8명 재판관의 만장일치였던 점도 ‘간결한’ 결정문의 배경 중 하나다. 또 초안 작성을 주도한 주심 강일원 재판관이 변론준비일부터 사건의 쟁점과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데 주력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헌재 관계자는 “명확하고 간결한 문장은 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이 크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병주·서준석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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