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인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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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의 풍신수길은 골초였다.
진기한 것을 좋아해 서양인들이 새로 가져온 담배에 맛을 들였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수길은 전국적인 금연령을 내렸다.
측근 승려가 『담배의 유행은 이 나라 침략을 겨눈 포르투갈의 기독교 선교사 「바테렌」 의 음모』라고 주의를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그와는 무관하지만 지난해 일본인들중 1백만명 가량이 담배를 끊었다.
일본 담배회사의 조사로는 85년의 성인 흡연 인구율은 85년보다 1.6% 떨어진 36.7%로 65년이래 최저수준을 보였다.
이는 담배값 인상과 대중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 기인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도 대대적인 금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15세이상 끽연인구는 79년의 23%에서 지금은 19%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금연선풍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86년 한해동안 3백50억달러의 담배시장이 2%나 줄었다.
성인 끽연율도 85년의 30.4%에서 86년엔 26.5%로 급락했다.
담뱃값마저 15%나 올랐기 때문에 노른자위 고객층인 10대가 크게 줄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담배회사들은 해외진출과 연기 안 나는 담배개발로 자구책 강구에 기를 쓰고 있다.
그 바람에 우리 나라는 수입자유화가 실시된 작년 9월 28만4천갑이 팔리던 양담배가 올9월엔 무려 4배나 는 1백13만4천갑이 팔렸다. 보세용을 제외한 시판 양담배만도 이렇게 비약적 진출을 했으니 한국인의 입맛이나 의지력은 모두 입증된 셈이다.
놀라운 것은 양담배 판매고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담배소비 급증 현상이다.
올들어 담배 판매량이 6백11억 개비로 작년 같은 기간의 5백81억개비에 비해 5.1%나 늘었다.
청소년, 여성 끽연인구의 증가도 문제이지만 세계의 절연, 금연추세를 역류하는 우리의 고집스런 타성도 한번 반성해볼 단가가 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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