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공식성명에 엑손모빌 자료 '베끼기' 논란

중앙일보

입력

미국 백악관이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엑손은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 장관이 지명 직전까지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기업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 6일(현지) 엑손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자 이를 반기는 성명을 내면서 엑손 자료의 단락 전체를 복사해서 붙이거나 거의 같은 표현과 단어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직전 CEO

대런우즈 엑손 CEO는 이날 2022년까지 석유 관련 사업에2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1개의 화학·천연가스 설비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4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엑손 자료가 나온 지 34분 후 백악관은 공식 성명을 내고 이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 동영상과 트위터를 통해서도 엑손의 발표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백악관 공식성명>
Exxon Mobil is strategically investing in new refining and chemical-manufacturing projects in the United States Gulf Coast region to expand its manufacturing and export capacity. The company’s Growing the Gulf program consists of 11 major chemical, refining, lubricant and liquefied natural gas projects at proposed new and existing facilities along the Texas and Louisiana coasts. Investments began in 2013 and are expected to continue through at least 2022.

<엑손모빌 보도자료>
ExxonMobil is strategically investing in new refining and chemical-manufacturing projects in the U.S. Gulf Coast region to expand its manufacturing and export capacity. The company’s Growing the Gulf expansion program, consists of 11 major chemical, refining, lubricant and liquefied natural gas projects at proposed new and existing facilities along the Texas and Louisiana coasts. Investments began in 2013 and are expected to continue through at least 2022.

 WP는 엑손 자료와 백악관 성명에 똑같은 문장이 반복되고 있고 순서배열과 미미한 표현 차이가 있을 뿐 “거의 같은 문장들을 공유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백악관에 기업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 붙인 정황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표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공화당 전당대회 찬조 연설에서 2008년 미셸 오바마가 했던 연설을 표절했다는 비판을 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커뮤니케이션 국장으로 임명됐던 모니카 크롤리 역시 저서 『도대체 무슨 일이』(What The (Bleep) Just Happened)와 박사 논문이 모두 표절 의혹을 사 결국 행정부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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