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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두쪽 나도 사드 배치” 미국, 김정은·시진핑에 ‘대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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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미 사드 배치 굳히기

북한군이 지난 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스커드 ER 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 조선 중앙TV는 이날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군이 지난 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스커드 ER 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 조선 중앙TV는 이날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놓고 속전속결 대못 박기에 돌입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행동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날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사드 포대의 배치와 같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방어능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밟고 있다”고 현재진행형으로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발언은 몇 시간 후 한국 정부가 사드의 일부 장비가 한국에 도착했음을 공개하며 그 내용이 확인됐다.

사드 장비 전격 반입 왜 #북 미사일 위협에 강력 대응 표명 #“더 센 군사적 압박 조치 나올 수도” #중국에도 개입 말라는 의지 보여 #트럼프, 황교안과 20분간 긴급 통화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입장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이라며 “일정을 당기면 더 당겼지 늦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다음달로 예정) 때도 사드를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미국의 신속한 사드 배치는 북한의 위협에 맞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 표명인 동시에 중국에 대한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사드 배치는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중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이 같은 미 정부의 사드 배치 굳히기는 한국 대선 이후를 의식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조야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뒤 진보 정권이 등장할 경우 사드 배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돼 왔다. 지난달 7일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당시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관은 “한국에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 북한을 놓고 간극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일부 진보 후보는 사드 배치를 연기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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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찾아 관련 부처 장관들을 만났고 현재까지는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 인사들이 그 자리에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최종적인 탄핵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미국이 사드 배치에 나선 것은 사드 배치를 물릴 수 없도록 하겠다는 속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한국 기업 보복에 대한 미국의 물밑 경고에도 중국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선 차라리 신속한 사드 배치가 현명하다는 게 미 정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정부의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기대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미치광이를 막기 위해 취할 조치들에 대한 브리핑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가 시작되면서 트럼프 정부의 다음 카드에 군사적 압박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로 트럼프 정부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으로선 현재 검토 중인 대북 정책의 신속한 마무리가 필요하다. 스콧 시먼 유라시아그룹 연구원은 본지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을 빨리 완성하라는 압박을 더 강하게 받게 됐다”며 “최대 관건은 선제타격을 대북 정책에 포함시킬지 여부와 그렇게 한다면 다른 수단들과 어떻게 조합하느냐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 완성 전에 미국이 군사적 압박 조치에 나서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국장은 본지에 “미국이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B-2 전략폭격기는 물론 다른 첨단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총리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0분간 통화하며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을 더욱 강화해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꿔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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