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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어지럽게 놓인 퍼즐들 '해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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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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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감독 이수연 출연 조진웅, 신구, 김대명, 송영창, 이청아, 윤세아 장르 스릴러 상영 시간 117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1일


내과 의사 승훈(조진웅)은 경기도 한 신도시의 선배 개인 병원에 취직한다. 승훈은 자신이 세든 원룸 1층에 정육 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정노인(신구) 부자를 만난다. 수면내시경 검사 중 살인 고백을 내뱉은 정노인을 보고 승훈은 의심과 공포감에 휩싸인다.

'해빙' 리뷰

★★ 한때 미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곳, 여기 흘러든 의사. '해빙'은 이야기 요소만 봐도 서스펜스가 기대되는 스릴러다. 많은 이가 예상하듯 반전도 있다. 이런 스릴러의 성패는 반전이 나타나기 전까지 어떤 서사를 선보였느냐에 있다. 반전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을수록, 쾌감은 커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해빙’의 승훈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반전 사이에 연관성은 너무 성기다. 이를 테면 성근 주변을 맴돌며 친근하게 구는 성근, 알 수 없는 말을 몇 차례 던지는 정노인. 게다가 승훈을 돕는 간호조무사 미연(이청하)은 반복적으로 성적(性的)인 인상을 풍긴다. 성근의 시점에서 보이는 이런 꺼림칙한 장면들은 페이드아웃 편집으로 툭툭 끊겨 나타난다. 게다가 성근의 꿈인 것처럼 표현하며 넘어가는 장면도 여럿이다. 마치 규칙 없이 어지럽게 늘어놓은 퍼즐 조각들 같다랄까. 그럼에도 얼마간의 긴장을 유지하는 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를 볼 수 있는 롱테이크 촬영, 카메라가 기묘하게 뒤로 빠지는 등의 독특한 연출 덕분이다. 또 강남, 병원 개업, 신도시, 프로포폴 등 현실적 묘사를 심어놓은 점도 궁금증을 야기한다.


하지만 후반부 급격히 펼쳐지는 반전은 이 많은 퍼즐 조각을 효과적으로 주워 담지 못한다. 어디까지가 승훈의 꿈이고 현실인지 모호하게 처리한 이유가 짐작은 되지만, 명쾌하다는 인상은 주지 못한다. 영화를 모두 보면, 앞부분에 등장한 몇몇 장면은 보는 이의 신경을 곤두세우기 위해 쓰인 듯해 좀 허탈하기도 하다. ‘해빙’은 한국 사회의 암울한 현실과 반전 스릴러의 묘가 가장 큰 동력으로 삼았던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둘 다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산재한 퍼즐 조각 중 몇 개는 덜어 더 정교한 그림을 만들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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