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품은 자작나무와 산벚나무를 이용해 3년여 걸려 만든 금강경 경판 20장을 비롯해 반야심경 경판, 병풍 형태의 심우도.십이간지도.단청 문양, 선판화 등 150여 점. 경판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 과정도 전시한다. 자작.산벚 두 나무는 바로 해인사 법보전에 존치된 팔만대장경의 주재료다.
"불교 서각은 부처님의 진리를 새기는 행위로 곧 수행의 방편이며, 만들어진 작품들은 또 다시 포교의 방편이 되는 것입니다."
혜안 스님은 이런 믿음과 함께 불교미술 차원에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서각을 선보인다. 고리금.쌍줏대금 등 단청 문양의 여러가지 형태에서 그런 시도를 드러내는 게 대표적이다. 선판화를 간결하되 만화적 요소를 경계해 만들며, 한 줄의 화제(畵題)에도 화두가 깃들어야 한다는 원칙도 같은 연유다.
스님은 수필집에서 "칼 끝에 온 정신을 집중하면 어느 사이 세상이 텅 비어 버린 듯 시간을 잊고 나를 잊어 버립니다. 내가 나무가 되고 나무가 내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서각을 최고로 치기도 합니다"라고 썼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은 "마음이 담기면 만사 진실한 법"이라며 "한 끌 한 끌 전진해 가며 그가 새긴 일획일각은 그래서 아프다"고 말했다. 혜안 스님은 불교서각화를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냐는 물음에 "그냥 서서 보세요"라고 했다. 10번째 전시지만 큰 규모론 1998년 이후 두번째다.
이헌익 문화담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