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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의 사드 횡포, 논리와 전략으로 당당하게 대응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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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02면

사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도를 넘고 있다.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그룹을 겨냥한 각종 보복 조치는 말할 것도 없고, 여행사를 통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을 사실상 전면금지하는 비상식적 조치까지 취했다.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사드 보복’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의 난폭한 대응은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이 내려질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한·미가 사드 배치에 합의한 걸 계기로 중국 내 한류 확산을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이 나왔고, 각종 규정을 핑계로 한국 기업의 현지 활동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또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매체를 동원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내 반대 여론을 고조시켜 왔다. 이번에는 공식문서가 아닌 구두 조치를 통해 민간인의 한국 관광을 통제하는 치졸한 수법까지 선보였다. 한 해 80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이번 조치로 급감하게 되면 여행사와 면세점, 호텔과 식당 등 한국 내 관련업계와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실제로 사드가 배치되는 단계에 이르면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중국이 막무가내로 나온다고 우리도 똑같이 대응해서는 안 된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논리와 전략으로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드 배치는 날로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한 자위권적 조치다. 중국이 북한에 관해 쓸 수 있는 레버리지를 총동원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았다면 논란을 무릅쓰고 한국이 굳이 사드를 들여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입버릇처럼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면서도 필요한 노력은 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의 안보는 경각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라면 손놓고 가만히 있겠는가. 사드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들여와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 핵과 사드에 대한 중국의 모순적 태도는 북한 정권이 흔들리는 건 안 되고, 한국 국민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도 좋다는 뜻으로 들린다.

중국은 북한 핵은 미국과 북한의 문제이고, 사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포석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미국을 설득할 일이지 왜 한국을 압박하는가. 워싱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서울만 압박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나아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대국답지 못한 비열한 행동이다.

정치적 이유로 경제적 보복을 가하는 것은 중국이 가입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원칙에도 어긋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주의 노선에 맞서 “보호무역주의는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며 자유무역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그랬던 그가 사드를 이유로 한·중 간의 자유로운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 재를 뿌리는 것은 언행의 완전한 불일치다.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오만한 대응을 보면서 중국이란 나라의 실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연 중국은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는 나라인가. 북한 정권의 존속이 국익을 위해 낫다고 보는 중국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는 한국이 서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고, 허망한 신기루를 쫓는 일 아닌가.

정치권도 반성해야 한다. 민주당등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다음 정부로 넘겨서 국회 비준 절차와 외교적 노력을 더해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한 발언이 마치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 있다는 인상을 풍기면서 중국의 오판과 오만을 불러오고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우리 스스로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강대국의 횡포에 당당한 논리로 맞서면서 경제·문화·군사적 자강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최고의 기술력과 문화 수준을 갖추면 아무리 중국이라도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안에서는 다투더라도 대외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를 섣불리 깔볼 수 없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견고히 유지하면서 자주국방력을 강화한다면 어찌 중국이 대놓고 우리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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