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영화] 아이 일곱 돌보기 … 그건 마술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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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에마 톰슨.콜린 퍼스
장르:가족·코미디
홈페이지:(www.nannymcphee.co.kr)

20자 평:마법의 재미와 훈훈한 가족애

영국 출신의 에마 톰슨은 각별한 배우다. 단지 '연기파'라서가 아니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수재다. 졸업 후에는 극단에 들어가 무대에서 실력을 다진 연극 배우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톰슨은 19세기 영국 소설가인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런 그에게 뜻밖의 제의가 날아왔다. 오스틴의 작품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각색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톰슨은 선뜻 각색을 맡았고, 결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각색상을 거머쥐었다. 배우와 작가, 두 가지 재능을 빈틈없이 버무렸기에 그의 연기는 언제나 지적이다.

그런 톰슨이 영화를 위해 다시 각색을 맡았다. 이번에는 영국의 고전 소설이 아니다. 그의 방 책꽂이에서 잠들어 있던 해묵은 영국 동화책이다. 제목은 '간호사 마틸다(Nurse Matilda)'. 톰슨은 "대단히 냉담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작품"이라며 "어릴 적에 가장 좋아했던 책이지만 영국인들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아쉬운 책"이라고 말했다. 톰슨은 결국 1960년대에 지어진 이 동화의 영화화를 위해 각색을 맡았다. 물론 판권부터 확보한 뒤에 말이다. 그는 제목부터 바꿨다. 40여 년 전 '간호사'는 '유모'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2002년부터 5년에 걸쳐 다듬은 끝에 영화 '내니 맥피'의 시나리오는 그렇게 나왔다.

3일 개봉하는 영화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에서 에마 톰슨은 직접 주연을 맡았다. 관객들은 첫눈에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뚱뚱한 몸집에 툭 튀어나온 엉덩이, 일자 눈썹에 얼굴에는 여기저기 큼지막한 사마귀도 있다. 입술 밖으로 묘비처럼 튀어나온 뻐드렁니까지 감안하면 그의 인상은 '유모'보단 '마녀'에 가깝다. 그가 바로 마법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유모 맥피다.

설정은 다분히 동화적이다. 세드릭 브라운은 일찍 아내를 잃었다. 대신 그에겐 돌봐야 할 일곱 명의 자식이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다. 하나같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말썽꾸러기들이다. 수도 없이 유모를 바꿔 봤지만 사흘도 못 가 그만두기 일쑤다. 아빠는 아빠대로 고민이다. 아내의 고모인 아델라이드 백작부인이 "한 달 안에 재혼하지 않으면 경제적인 지원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아빠는 돈을 노리는 퀴클리란 여자와 내키지 않는 결혼을 서두른다. 아빠가 재혼할 궁리만 한다고 생각한 아이들의 심술은 극에 달한다. 그때 마법사 유모 맥피가 나타난다.

맥피가 아이들을 길들이는 과정은 흥미롭다. 마법을 사용한 단순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을 지키고, 공손한 말을 쓸 때마다 맥피의 얼굴이 조금씩 변한다. 사마귀가 하나씩 사라지고, 툭 튀어나온 엉덩이도 들어간다. 그렇게 변하는 맥피의 얼굴을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변해간다.

물론 '내니 맥피'에는 '해리포터'나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웅장한 스케일의 속도감 넘치는 마법은 없다. 대신 아이들의 마음을 적시는 소박한 감동과 따뜻한 유머, 다분히 영국적인 재치가 있다. 특히 든든하게 영화를 떠받치는 톰슨의 녹슬지 않은 연기는 큰 볼거리다. 기괴한 외모와 표정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 나중에는 아이들의 죽은 엄마를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시선까지. 톰슨은 어린이 영화에서도 연기의 무게감이 무엇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브라운 역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르네 젤 웨거의 상대역으로 나왔던 영국 배우 콜린 퍼스가 맡았다. 코카콜라.리복.맥도널드 등의 광고를 주로 연출했던 커크 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첫 영화 '웨이킹 네드'(98년)로 뉴욕 코미디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독일 영화협회 최우수 작품상 등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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