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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롯데, 사드 부지 제공 … 총력 외교로 중국 핍박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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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롯데가 어제 이사회를 열고 자사 소유인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용 부지로 제공하기로 확정했다. 롯데는 중국 사업의 불이익을 우려해 그간 의사 결정을 미뤄 왔다. 이에 따라 롯데는 이달 안에 국방부와 최종 계약을 맺고 성주골프장을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와 맞교환하게 됐다. 부지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한·미 양국은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올해 안에 사드를 배치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롯데가 이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온갖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다만 눈여겨볼 대목은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한 중국 측의 최근 반응이 엇갈린다는 사실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문판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는 사설을 실어 강경론을 대변했다. 하지만 인민일보의 영문판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평론에서 “양국 경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보복은 중국에 ‘양날의 칼’과 같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롯데가 중국에 투자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중국이 롯데를 압박하면 중국 기업과 노동자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현명한 대응을 주문했다. 우리는 중국에서 이런 합리적인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 주목한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의 경제는 상호 시너지를 내며 발전해 왔다. 중국 정부가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적 명분으로 민간 기업을 압박할 경우 양국 경제가 그 악영향을 짊어져야 한다는 점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독살 테러 등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한 사드에 중국이 반대할 명분은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롯데를 핍박하면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될 가능성도 염려된다. 이는 양국 모두에 실익이 없다. 한국 정부도 민간 기업 롯데에 모든 후유증을 떠넘겨선 안 된다. 우리의 주권적인 결정 때문에 민간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중국을 설득하는 등 총력 외교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