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 대행, 보수민심 겨냥해 승부수 던졌나...야권은 탄핵추진 나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순실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했다.

황 대행은 27일 오전 9시30분 정부 서울청사에서 총리실 홍권희 공보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오랜 고심 끝에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황 대행이 제시한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 사유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특검팀이 이미 수사를 충분히 했다는 점이다. 황 대행은 "이번 특검 수사는 과거 11번의 특검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의 인력이 투입됐으며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기간을 포함하면 총 115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등 특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요 사건들의 핵심 당사자와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이미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팀이 일부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은 검찰로 인계해 추가 수사하거나, 정치권이 새로운 특검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특검 수사를 둘러싼 '사회혼란'도 수사연장 불승인 배경으로 거론했다. 황 대행은 "지난 4개월 동안 매주말 도심 한가운데서 대규모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 등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셋째, 특검수사가 향후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황 대행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선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행하여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고심 끝에 지금은 특검을 연장하지 않고 검찰에서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 국정안정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결국 황 대행이 최순실 특검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보수층의 거부감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특검팀이 특히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해 끝내 구속시키는 것을 보고, 국민들 사이에서 '해도 너무한다. 이런 수사를 계속하다간 나라가 절단나겠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황 대행이 법률전문가인데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을 억지로 뇌물죄 공범자로 몰기위해 무리한 여론몰이식 수사를 진행했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 이후 특검팀이 박 대통령에 대해 직접 수사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도 불승인 결정에 배경이 됐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한 친박계 인사는 "기본적으로 이번 특검은 야당이 선정한 인사기 때문에 황 대행 입장에선 박 대통령이 특검팀의 사정권에 들어가도록 허용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대행의 대선출마설과 관련해, 황 대행이 보수 민심을 겨냥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연히 야권은 황 대행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정농단 세력 처벌과 적폐청산의 염원을 외면한 헌정사 최악의 결정이자 시대과제인 적폐청산의 기회를 걷어차는 반역사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측 이승훈 부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한 황교안은 국정농단의 부역자가 아닌 국정농단 세력의 주범임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이제는 국민이 황교안을 탄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황 대행의 이번 결정은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무시한 그야 말로 대통령 권행대행의 독재적 결정"이라고 공격했다.

황 대행의 불승인 발표후 야4당은 즉각 접촉을 갖고 황 대행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야4당이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실제로 통과시킬진 더 두고 봐야 한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