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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기소중지 처분서엔 ‘피의자:박근혜 주소: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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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건부 기소중지’를 결정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그 처분서를 작성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수사 기한(28일)을 이틀 남겨둔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을 적용해 박 대통령을 정식 입건할 예정이다. 따라서 처분서에는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 주소: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청와대), 혐의: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의 내용이 적히게 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 결과 뚜렷하게 드러난 범죄 혐의를 중심으로 처분서를 작성할 것이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날 경우 기소중지가 풀리면 곧바로 기소할 수 있어서 사실상 공소장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혐의는 직권남용·뇌물수수 적을 듯 #우병우, 기소·검찰이첩 놓고 저울질

수사기간 연장의 마지막 키를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을 찾아 특검 연장을 촉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였지만 황 대행은 이들을 만나 “답변할 수 있는 시한은 28일까지”라며 “아직까지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야권, 특검 연장 압박에 황교안 "심사숙고 중”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 의총을 연 뒤 특검 연장을 촉구하는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 브리핑에서 “황 대행은 민심을 외면한 오판으로 국민의 심판을 자초하지 말라”고 연장을 요구했고, 바른정당도 논평에서 “특검 연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후 국민적 저항과 정치적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대구·경북 지역 의원 14명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탄핵기각 총궐기대회’에서 수사기간 연장에 반대했다.

특검팀이 26일 청구한 이영선(38)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는 수사 종료일인 28일 새벽쯤 결정될 전망이다. 이 행정관은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을 만들던 ‘샘플실’ 영상에서 휴대전화를 자신의 옷에 닦아 최씨에게 건네는 장면으로 존재가 처음 드러났던 인물이다. 최씨의 범죄 혐의로 박 대통령을 연결해주는 주요 고리 중 한 명이다.

특검팀은 이 행정관에게 김영재(55) 원장과 ‘비선 진료’ 행위 의혹을 받는 백모씨 등이 청와대를 출입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의료법 위반 방조)와 박 대통령이 사용할 차명 휴대전화를 마련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을 적용했다. 이 행정관은 2013년 5월 전후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기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등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검팀은 불구속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준비도 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최지성(66)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63) 미전실 사장, 박상진(64) 대외부문 사장 등이 주요 기소 대상자”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영재 원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도 검토 중이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선 기소하는 방안과 검찰에 이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진우·김나한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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